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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특사경 수사·영장 지휘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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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공백 우려 목소리
특사경 업무 전담 인원 20% 그쳐
대다수는 일반 행정업무까지 병행
순환보직으로 법리 이해도도 낮아
대기업·화이트칼라 등 수사역량 ↓
“특사경 수사 보완해야” 지적 빗발
한 해 7만 건이 넘는 사건을 수사하는 전국 2만여 명의 특별사법경찰관이 앞으로는 검찰 지휘 없이 사건을 처리하게 됐다. 상당수 특사경이 수사 경력 1년 미만인 데다 일반 행정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어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소청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 10월 공소청이 출범하면 검찰은 수사권을 떼어내고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만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도 함께 폐지됐다. 그동안 특사경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해오던 법리 검토와 절차 통제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사경은 환경·식품·근로·교통·금융·지식재산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민생 사건을 담당한다. 지난해 기준 특사경은 전국 2만 1263명이며 이들이 2024년 수사해 송치한 사건은 7만 283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만 6083건은 검찰 수사 지휘를 거쳤다. 전체 사건의 절반 이상이 검찰의 법률 판단과 보완을 받아 처리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지휘가 사라질 경우 특사경 수사의 부실과 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인력이 법 적용과 송치 여부를 독자 판단해야 하는 만큼 사건 처리의 정확성과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특사경이 다루는 사건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집중돼 있는 만큼 수사력 저하는 결국 민생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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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몰라 기소 놓치기도

일례로 경남 거창·합천·함양군청 특별사법경찰관이 피의자 혐의를 특정해 입건할 수 있었음에도 검사 지휘 없이 자체 종결한 사건이 9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들 지역 특사경 업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총 294건의 부실 사례를 확인했다. 다른 기관에서 넘겨받고도 사건으로 정식 등록하지 않은 경우도 200건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국회는 검사의 특별사법경찰관 수사 지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소청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조계에서는 특사경 수사 현장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사경은 34개 부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서 2만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으며 환경·식품·병무·지식재산 등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단속과 수사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는 검찰의 지휘 아래 법리 판단과 사법적 통제를 받으며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과 특사경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집행, 피의자 체포·구속, 범죄 수익 동결 및 몰수 보전 등 주요 수사 절차에서 협력해왔다.

그러나 이날 법안 통과로 검찰의 특사경 수사 지휘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사경 수사가 당분간 적지 않은 혼선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특사경 인력의 절대다수가 법률 전문가가 아닌 데다 현장 경험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특사경의 82%인 1만 6478명이 경력 3년 미만이다. 특히 중앙행정기관 소속 특사경 가운데 약 48%는 관련 업무 경력이 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특사경 수사에 전문성이 갖춰졌다고 평가받는 기준이 사법경찰 업무 2년 이상 근속인데 지난해 특사경 전문화율은 전체의 3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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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특사경 업무만 전담하는 인원은 전국적으로 20.8%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80%는 특사경 업무와 일반 행정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의 경우 수사 전담 인력이 13% 수준에 그쳤다.

공소시효 관리 실패는 특사경 수사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4년 특사경의 전체 불기소 사건 가운데 16%(7876건)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시효 임박 사건을 점검하던 중 147억 원 상당의 환치기 사범 A 씨 사건이 장기간 미처리 상태로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세관 특사경은 2021년 A 씨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후 A 씨가 수차례 출입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신원 정보가 잘못 기재된 점까지 찾아냈다. 이후 서울세관에 재차 수사 지휘를 내려 보완 수사를 진행했고,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지난해 12월 A 씨를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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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부의 한 검사는 “무보험 운행 사건처럼 특사경이 맡은 사건에서 공소시효를 넘기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며 “특사경도 순환보직 체계이다 보니 기본적인 공소시효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대재해 사건이나 금융 사건처럼 대기업 또는 화이트칼라 범죄를 겨냥한 특사경 수사는 초동 단계부터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야 최종 재판에서 유죄 판단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사경 입장에서도 검찰은 단순한 수사 지휘 기관을 넘어 법률적 조언자 역할까지 해왔기 때문에 지휘권 삭제로 수사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위법 수집 증거 논란으로 재판이 뒤집힌 사례도 있다. 2019년 11월 환경부 특사경은 금속 분야 대기업이 의뢰한 대기 측정 분석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컨설팅 업체 임원 B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여기서 약 70건의 대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녹음에는 B 씨가 환경부 산하기관 직원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시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은 ‘환경시험검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전자정보’로 압수 대상 범위를 제한했다. 그럼에도 특사경은 이 녹음 파일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1년 5개월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녹음 파일을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하고,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를 자백했더라도 이를 유죄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원심의 유죄 취지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동 사건을 주로 다뤘던 한 검사는 “근로감독관 등 노동 분야 특사경은 산업재해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 대상 상당수가 대기업”이라며 “수사 경험이 길지 않은 특사경이 검찰 지휘 없이 홀로 대기업 사건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사 미흡해도 불기소 외엔 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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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검사의 권한이 크게 축소된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1차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부실 수사를 벌일 경우 이를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소청 설치 법안에는 공소청 검사의 권한에서 수사 기능뿐 아니라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권,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도 모두 제외됐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권한으로 규정된 영장 청구 및 집행 지휘권이 박탈되면서 검사는 앞으로 경찰의 영장 신청 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해 보완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통제해왔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송부한 기록만을 토대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기존 공소청 법안에 담겼던 검사의 수사중지권과 직무배제요구권도 최종안에서 빠지면서 검사의 사법 통제 기능은 한층 더 약화됐다.

검사 권한 축소 범위가 확정되면서 형사 사법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전날 검찰 구성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대검찰청은 그간 헌법상 검찰총장 및 검사의 지위와 역할을 확립하고, 국민이 효용감을 느낄 수 있으며 검찰 구성원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직제 설계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며 “이번 공소청법 제정안에 이러한 노력이 상당 부분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우선 경찰의 부당 수사에 대해 수사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과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할 때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한 의무 조항이 삭제되면서 잘못된 수사나 사건 암장을 막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의 법리 판단이 수사 단계에 반영될 통로가 막히면서 수사와 공소 유지 모두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사 난도가 높은 금융 범죄나 기술 유출 범죄의 경우 경찰 수사가 미흡하면 기소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기소에 이르더라도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자 진술 의존도가 높은 성범죄나 장애인 대상 범죄 역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장검사는 “특히 금융 범죄나 기술 유출 범죄는 수사 인력에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는 단기간에 갖출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라며 “미흡한 수사 결과를 받아 든 검사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수사 지휘 권한이 사실상 전면 박탈되면서 남아 있는 유일한 견제 장치인 보완수사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 공소청 검사에게 예외적 보완수사권을 허용할지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이어질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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