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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사랑… 랑랑랑으로 끝나는 말 [주말 詩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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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
더스쿠프


랑은 이음새가 좋은 말

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

사랑하기 좋은 말


「시와 산문」, 시와산문 편집부, 2023년 여름호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이 짧은 시는 참 명랑해서 좋다. 낭랑, 청랑 등 다른 말도 랑으로 끝나니까 좋지 않은가. 신랑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유랑이나 방랑도 좋아한다.

긴 시가 양산되고 있다. 시집 서너 페이지에 걸쳐 진행되는 시가 정말 많다. 시집과 문예지에 산문시도 넘쳐난다. 글자가 십수 행에 걸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들 시는 대체로 난해하다.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시를 보면 한편으로는 경외감이 들고 한편으로는 수십년 시를 공부한 나를 설득시키지 못한 시라서 화도 좀 난다.

이 시를 읽고 나도 뭔 소린지 이해를 못했는데 다른 독자들은 이해했을까. 자기만의 세계에 침잠해 있는 자폐적인 성향의 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학적 완성도도 결코 높지 않음에 종이 낭비라는 반감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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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시와반시 제공]


서정춘 시인의 시는 대체로 짧다.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촌철살인이나 정문일침을 지향한다. "랑은 이음새가 좋은 말"이라는 것과 "너랑 나랑 또랑물 소리로 만나서/사랑하기 좋은 말"이라는 두 구절은 영원히 내 뇌리에 남을 것이다.

1950년대인지 1960년대인지 일본의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눈 의원이 뭐라고 정견을 발표하자 상대 당에서 누군가 구시렁거렸다. 눈도 한쪽 못 보는 자가 뭘 안다고 저리 잘난 체를 하누. 귀가 밝은 외눈 의원이 혼잣말을 한 의원을 향해 곧바로 큰소리로 외쳤다. 일목요연!


이승하 시인 | 더스쿠프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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