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 2021년 아시아 최초 ‘올해의 아티스트’ 수상 |
2013년 6월 1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강남구의 작은 공연장에 7명의 소년이 등장해 가수 데뷔 무대를 가졌다. “끝까지 살아남겠다”며 당찬 포부를 내비쳤지만 이들의 출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대형 기획사들이 즐비하다 보니 ‘중소기획사의 기적’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터져 나온 호평을 바탕으로 어느새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아이돌에겐 치명적이라던 군 입대 공백기를 거친 뒤에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20일 화려하게 컴백했다. 13년 전 등장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K팝 역사에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 일곱 소년이 빌보드 스타로 거듭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방시혁 현 하이브 의장이 만든 BTS는 애초에 ‘아이돌’로 기획됐던 그룹이 아니다. 리더 RM을 중심으로 한 ‘힙합 그룹’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후 랩, 춤, 연기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재능을 키워오던 일곱 멤버가 한 팀으로 모였다.
2013년 6월 발표한 데뷔 앨범 ‘2 COOL 4 SKOOL’은 사실 처음부터 대중의 반응이 열광적이진 않았다.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겠다’는 뜻의 그룹명을 우스갯소리로 삼기도 했다.
반응은 해외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SKOOL’ 시리즈 3부작과 미니앨범 3집 ‘화양연화 pt.1’ 등 청춘의 고민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앨범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에 중소기획사의 홍보에 한계를 느꼈던 빅히트의 소셜미디어 소통 전략이 적중하면서 해외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드디어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미니앨범 4집 ‘화양연화 pt.2’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진입한 것. 2016년 5월, 곡 ‘불타오르네’를 타이틀곡으로 한 스페셜 1집 ‘화양연화 영 포에버’ 역시 ‘빌보드 200’에서 107위를 기록하며 흥행 흐름이 거세졌다. ‘화양연화’ 시리즈 활동 말경 멤버 슈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는 빌보드에 가 보는 게 꿈이 아닐까 싶다. 정말 천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현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2016년 7월)
하지만 이 말이 현실이 되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17년 5월, BTS는 K팝 그룹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공식 초청됐고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또 그해 9월 발매한 미니앨범 5집 ‘LOVE YOURSELF 承 ‘Her’’ 또한 ‘빌보드 200’ 7위에 진입했다. 타이틀곡 ‘DNA’는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85위로 진입했다.
숨 가뿐 BTS의 기록 행진은 2018년에도 이어졌다. 그해 5월 발매한 정규앨범 3집 ‘LOVE YOURSELF 轉 Tear’로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음악 산업의 중심에 K팝이 떠오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같은 해 BTS가 유엔 정기 총회 연단에 서며 노래가 아닌 언어로도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 K팝 대표를 넘어 글로벌 뮤지션으로
2017, 2018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BTS는 2020년대 이후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빌보드 수상과 앨범 성공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음악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BTS는 해외 팬덤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모든 가사를 영어로 쓴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발매했다.
이 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팬데믹 시기에 공개된 이 곡은 K팝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으며 무려 32주 동안 차트에 머물며 글로벌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2020년)’과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2021년)’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2021년)’ ‘버터(Butter·2022년)’까지 잇따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BTS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이그룹’의 자리를 단단히 지켰다.
넷플릭스 제공 |
또 하나의 사건은 2021년에 벌어졌다.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르며 한국인 최초로 팝 장르 후보에 진입했다. BTS는 이후 3년간 연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르며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주변 음악으로 치부되던 K팝의 위상을 드높였다.
당시 영국 BBC방송 등은 BTS를 “21세기 비틀스”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엄청난 수식어는 이들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났다는 걸 의미했다. 실제 국내 가요계에선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모으는 ‘BTS 모델’이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K팝 가수가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K팝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게 됐다.
● 군백기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오다
2022년 6월 15일, 이들은 데뷔 9주년을 맞이한 BTS 페스타 ‘찐 방탄회식’에서 돌연 단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활동기 역사를 총망라한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를 내놓은 지 5일 만이었다. 당시 리더 RM은 창작의 벽에 부딪힌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당분간 단체 활동을 중단하고 개별 활동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그해 12월 진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하나둘 군 입대를 하며 완전체 활동은 중단됐다.
다만 활발한 솔로 활동 덕에 공백기 체감도는 비교적 낮았다. 가장 먼저 솔로곡을 내놓은 건 지민. 2023년 4월 솔로 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는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받은 정국 또한 그해 7월 발매한 솔로 곡 ‘세븐’이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제이홉, 슈가 등도 개인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쉴 틈 없이 ‘군백기’를 메웠다.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건 모든 멤버가 군 복무를 마친 지난해부터였다. BTS는 곧장 새로운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물이 20일 선보인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다. 약 3년 9개월 만의 컴백이다. “2026년은 BTS의 해”라는 미국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의 예견처럼 완전체로 복귀한 이들에게 세계 K팝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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