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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미쓰홍의 적들을 물리치고 만난 더 어려운 새 시대의 적[위근우의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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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당신도 건물주가 되고 싶습니까?> 포스터. tvN 제공


지난 8일 종영했던 tvN <언더커버 미쓰홍>의 마지막 회 제목은 ‘새천년의 우리들’이다. 1997년 국가부도 사태와 해외 투기 자본의 기업 사냥, 회사의 인원 감축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한민증권 회장 강필범(이덕화)이 횡령한 비자금을 토해내게 해 회사를 지켜내고 ‘미쓰홍’ 홍금보(박신혜)와 동료들은 그때 우리가 그러했듯 21세기는 더 나으리라 믿으며 1999년 12월 31일 밤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천년을 맞는다. 그렇게 새천년이 시작된 지 26년 뒤의 현재 한국을 담은 tvN 후속작 제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제목은 이렇지만 사실 드라마의 주인공 기수종(하정우)은 이미 건물주가 ‘된’ 상태다. 우연이겠지만 그의 나이 46세, 딱 뉴밀레니엄과 함께 성인이 되어 현재까지 온 셈이다. 첫 회부터 음식 배달 플랫폼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은행 대출금 이자와 나가지 않는 공실을 걱정하는 수종이 가르쳐주는 건물주 되는 법은 간단하다. 은행 빚을 포함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영끌’해 허울 좋은 건물주 타이틀 하나를 얻고 매일 전전긍긍하는 것. 과연 ‘새천년의 우리들’에겐 26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며 그때 품었던 꿈은 어떻게 된 걸까.

평생 직장과 안정적 노동소득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대의 충격에 비판적으로 맞섰던 <언더커버 미쓰홍>이 회사에 남든 남지 않든 주요 인물들이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노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결말을 남기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여의도 해적단 멤버들이 울랄라 통닭에서 맥주를 마시며 꿈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농담처럼 하지만 징후적으로 드라마는 2026년의 흔적을 남긴다. 공학도 이용기(장도하)는 게임회사를 창업했다며 퇴직금을 회사 부지 사는데 ‘올인’했노라 말한다. 이어지는 강노라(최지수)의 질문. “어디에 땅을 샀어요?” 판교에 땅을 샀다며 “지금은 논밭이랑 과수원만 많은 동네이긴 한데 (중략) IT 1번지로 만드는 게 제 꿈”이라는 용기의 대답에 드라마는 매서운 바람 효과음으로 어색한 분위기와 ‘저런….’ 싶은 인물들의 감정을 코믹하게 연출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판교가 현재 어떻게 발달했으며, 용기가 그 땅과 회사 건물을 잘 쥐고 있었다면 아마도 ‘새천년의 우리들’ 중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했을지도 모를 거라는 걸. 즉 이 코믹한 연출은 용기에 대한 동료들의 감정을 말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들의 합리적 추측이 틀릴 거라는 걸 악의 없이 놀려주는 것이다. 노동과 일자리의 가치에 대해 아직 희망을 품고 미래를 꿈꾸던 시절을 소환하는 <언더커버 미쓰홍>의 선한 가상 안에서도 부동산에 의한 자산소득 격차의 미래는 최대한 덜 위협적인 모습으로 하지만 차마 감출 수 없이 예고된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예고 이후의 본편이다. <언더커버 미쓰홍>의 인물들이 품은 새천년의 낙관이 상당 부분 좌절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그때보다 나빠진 것처럼 말하는 건 과장일 것이다. 다만 노동소득과 자산소득의 벌어지는 격차 앞에서 노동에 대한 관점은 더는 과거 같을 수 없다. 드라마 인물 소개의 수종은 인사팀에서 10년 이상 근속했음에도 하급 공무원이던 아버지처럼 어리석게 월급을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가족들과 잘 먹고 잘살겠다는 마음을 먹고 무리해서 건물을 매입한다. 친구인 민활성(김준한)이 바람을 넣었다곤 하지만 기종을 지배하는 것은 헛바람보다는 차라리 두려움에 가깝다. 아버지처럼 평생 꾀 없이 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수재인 딸이 목표하는 아이비리그 유학비를 댈 수 없다는 두려움. 이것은 일하던 직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언더커버 미쓰홍>의 두려움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다. 금보의 아버지 홍춘섭(김영웅)은 치킨집 장사가 하도 안 돼서 생전 안 하던 펀드 투자를, 그나마도 주식 투자는 아니라 했다가 낭패를 경험했다면, 2026년의 평범한 상당수는 노동소득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주식 투자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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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당신도 건물주가 되고 싶습니까?>의 한 장면. tvN 제공


본인 명의 빌딩을 소유한 건물주 수종이 그럼에도 보편적 인물이 될 수 있는 건 이러한 동시대적 감정 때문이다. 만약 이 드라마가 건물주에게도 임대인의 변기를 수리해주고 매년 외벽을 칠하는 고충이 있다는 걸로 인간적 공감을 꾀하려 했다면 꽤 핍진하고 조금 안쓰러울지언정 그 이야기 방식은 기만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당장의 고생은 고생이고 그는 세정로 재개발로 시세차익을 크게 남기길 기대하느라 팔지 않고 그 고생 중이다. 중요한 건 건물주인 수종이 임대 수익이 안 나와 음식 배달 같은 플랫폼노동을 하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 아니다. 그 둘이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노동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이 파편화될수록 자본은 고용 없이 성장하며, 돈이 돈을 벌지만 더는 안정적 직업과 노동으로 가족 생계를 유지하고 노후를 대비하는 모델이 불가능해지면서 더더욱 건물주에 대한 욕망과 도태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은 커진다. 그래서 건물주가 됐지만 그래서 여전히 파편적 노동을 제공하는 역설. 건물주 아닌 동시대 시청자들이 수종에게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건물주답지 않은 서민적 짠내 때문이 아니라, 그의 어쩌면 잘못된 선택이 개인의 선택이면서도 또한 시대의 인과적 흐름에 떠밀려간 면이 없지 않다는 경험적인 짐작 때문이다.

블랙코미디로서 수종이 뭘 잘해보려 할수록 꼬이고 더 안 좋아져서 웃긴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초반부 전개가 몰입감을 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건물을 지켜야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강박으로 다래의 유학 자금에까지 손을 대고, 아내에 대한 유괴 자작극을 벌여 돈 많은 장모로부터 몸값을 뜯어내겠다는 활성의 어처구니없는 계획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잡힐 뻔하고, 완벽 범죄를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아내 김선(임수정)에게 불륜 의심을 산다. 드라마 속 수종은 분명 매 순간 근시안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인물이며 손대는 것마다 망치고 있다. 하지만 또한 그의 잘못된 선택은 자산 격차 불평등의 시대가 반쯤 강제하는 욕망의 궤도에 발을 들이민 순간부터 꼬여버린 자기 스텝에 넘어지고 뒹굴고 일어서다 넘어지는 고통스러운 슬랩스틱이기도 하다. 조소하기 쉽지만 연민하지 않기도 어렵다.

해외 투기 자본이 <언더커버 미쓰홍>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에서도 중요한 적으로 등장한다는 흥미로운 우연과 두 드라마의 서로 다른 접근은 그래서 비교해 볼만하다. 시대의 풍파에 휩쓸린 개인에게 무엇이 가능할 것이냐는 상상적 믿음이 어떻게 변모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금보는 회사 지분 확보로 한민증권을 기업 사냥꾼인 DK벤처스로부터 지키는 동시에 이후 강필범 회장과 DK벤처스의 야합으로 회사에서 잘린 신정우(고경표)를 영입해 음모를 분쇄한다. 실제 1997년 역사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희망적인 서사지만 적어도 회사의 주인은 노동하는 직원이며 외부의 적을 물리치면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상상적 믿음이 작동하던 시기이기에 가능한 활극이다. 리얼캐피탈과 지역 유지인 전양자(김금순)가 세정로 재개발을 놓고 대립하는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의 구도 역시 얼핏 DK벤처스와 필범의 알력과 흡사해 보인다. 하지만 금보와 달리 드라마 도입부에 건물을 뺏기고 어이없이 생매장당한 정창수(송병욱)나 수종은 명색이 건물주이면서도 리얼캐피탈의 압박에 너무나 무력하다. 금보가 능력자이고 기종이 평범한 인물인 탓도 있지만 단순히 장르적 설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아군과 적이 비교적 명확했던 <언더커버 미쓰홍>의 세계와 달리, 수종 역시 리얼캐피탈이 그러하듯 부동산 투기로 한몫 잡을 생각이 우선이다. 과거엔 적의 논리였던 것이 이미 내 안에 내면화된 시대에 개인에게 저항이란 선택지는 애초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능한가.

건물주를 주인공으로 삼은 설정과 초반부 빠른 전개가 인상적인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의 추후 전개가 상당히 기대되는 동시에 그만큼 불안한 건 그래서다. 적어도 이 작품은 현대의 병리적 상황을 인식하고 시대의 모순이 집약된 수종이라는 인물을 꽤 공감 가게 제시하는 것까진 성공했다. 자산의 격차가 벌어지고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비가역적인 현실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수종이 무력한 개인으로서 경험할 고난의 행군은 시대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전망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공감과 연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수종에 대한 연민이 그의 도덕적 실책에 대한 책임을 남김없이 희석한다면 우리는 시대에 떠밀린 불쌍한 희생자일 수는 있어도 저항할 주체는 되지 못한다. 건물 사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는 조롱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우리 모두 시대와 구조가 조종하는 인형극의 주인공일 뿐이라는 비관적 공감으로도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이 딜레마 앞에서 이 드라마는 어떤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을까. 수종은 몰라도, 그걸 보는 우리에게.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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