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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파” 39.8도 열 펄펄 끓는데…유치원 출근하다 숨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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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 유치원서 20대 교사 합병증 사망
교원단체·노조 “구조적 참사” 진상조사 촉구
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도 사흘간 출근했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교원단체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일보

경기 부천의 20대 유치원 교사가 독감에 걸리고도 사흘간 출근하다가 병세가 악화돼 숨졌다. 사진은 유치원 앞에서 피켓 시위 중인 유족 모습.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교사 A씨는 1월27일 B형 독감을 확진받았으나 대체 인력이 없어 같은 달 30일까지 사흘간 출근했다. A씨는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열이 안 떨어져 눈물 난다. 너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39.8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근무를 이어가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30일 조퇴를 하고 다음 날인 31일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일 오후 중환자실로 옮겨진 A씨는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2주 만인 지난달 14일 폐손상 등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업무상 재해를 신청할 계획이다. 유치원 측은 “1월28일 보조교사를 배치했고 29일에는 A씨가 괜찮다고 해서 보조교사를 배치하지 않았다”며 “30일에는 A씨가 교실에서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유치원에서 먼저 조퇴를 권고 했고 실제 조퇴가 이뤄졌는데, (숨지는) 일이 벌어져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구조적인 인력난을 문제로 지목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독감 확진 이후에도 사흘간 출근해 아이들을 돌보다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며 “교사가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학교 현장의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고인은 숨조차 쉬기 힘든 통증 속에서도 학기 말 유치원 행사의 압박과 대체 인력 하나 없는 고립된 현장을 지켜야만 했다”며 “이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낳은 명백한 직무상 재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는 “학사 운영과 행정업무가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에서 교사 한 명의 공백은 곧 교육 공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아픈 상황에서도 출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코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제도가 방치해 온 '쉴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고 규탄했다.

유치원이 초·중등학교에 비해 제도적 관심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유치원교사노조)은 “유치원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초·중등학교와 달리 교원 보호 및 지원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며 “병가·연가 사용 시 즉각적인 대체 인력 투입 시스템 부재, 소규모·병설유치원의 구조적 인력 취약, 교사 1인이 교육·행정·안전·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중한 업무,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한계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망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직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치원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조사를 요구한다”며 “유치원 교원 근무환경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및 특별감독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노조도 “업무상 재해로의 인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노동 현실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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