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이 전 세계 고용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오히려 인력 확대에 나서는 이례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즈사 감사법인이 일본 상장사 24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지털 전환(DX) 조사에서 AI 도입 이후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8%로 집계됐다. 인원 감축이나 재배치를 진행 중이라는 응답(17%)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절반가량의 기업은 아직 체감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직 영향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25%,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응답도 24%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기업에서는 AI 도입과 동시에 새로운 업무가 생겨나면서 추가 채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등 주요국과 대비된다. 미국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무직 중심의 인력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AI를 상품 개발이나 고객 대응 등 새로운 영역 확장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조직을 키우고 있다.
특히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설계하는 ‘비즈니스 아키텍트’ 역할 인력이 부족한 점이 인력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조사에서도 기업의 83%가 DX 추진의 가장 큰 과제로 ‘인재 확보와 육성’을 지목했으며, 이 중 80%는 해당 중간 설계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AI 기술 자체를 다루는 개발 인력 부족 문제는 다소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는 인력 공백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AI를 도입해도 이를 실제 사업에 녹여내는 과정에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I 도입했는데 비용 늘어”…비효율 논란도 확산
일부에서는 이러한 일본식 접근법에 대해 비효율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AI가 본래 노동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관리 조직과 검수 체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기업 내부에서는 AI 운영 조직, 검증 전담팀, 거버넌스 위원회 등 새로운 조직이 잇따라 만들어지며 업무가 늘어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다시 사람이 검토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고용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고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효율화에 따른 인력 감축이 어려운 만큼 AI 도입 효과가 신규 조직 확대 형태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I가 비용 절감보다는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정반대…IT·전문직 일자리 급감
한편 한국에서는 정보기술(IT)과 전문직 중심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며 AI 확대에 따른 고용 대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가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명 이상 감소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연구개발과 법률·회계 등 고소득 전문직 분야에서도 고용 감소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청년층 고용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2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16만명 이상 줄어들며 통계 집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20대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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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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