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내려진 ‘탈당 권고(사실상 제명)’의 징계 효력을 정지하라고 20일 결정했다. 배현진 의원(당원권 정지 1년)에 이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처분도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자신에게 비판적인 친한계(한동훈계)를 잇따라 징계해 온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김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는 본안 재판 때까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정지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김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당원 자격은 물론,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직(職)도 회복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규칙에 비추어 보면, 김 전 최고위원의 사례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윤리위가 재량권의 한계에서 현저히 벗어난 위법한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직후 김 전 최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정당의 자율성도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것은 지금의 장동혁 지도부가 반(反)헌법·반법률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나 다름없다”며 “보수 정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커다란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전 대표도 동행했다.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을 비정상 정당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보수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썼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 가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론에 어긋나는 언행(言行)’ 등의 이유로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사실상 제명 조치인 탈당 권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윤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장동혁 대표를 비판하거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은 ‘해당(害黨)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민우 윤리위원장은 “당 대표는 단순한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며 하나의 정당 기관”이라며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의지의 총합’”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이 징계가 선례가 되어 정당 내에 ‘개별 억제’뿐만 아니라 ‘일반 억제’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었다.
이 같은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국민의힘 윤리위 판단은 논란을 낳았다. 윤 위원장 전임자인 여상원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장 또한 “정당에서 ‘말’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히틀러 중심으로 똘똘 뭉친 나치당처럼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법원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윤리위 재량권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은 배현진 의원. 2026.03.09 /남강호 기자 |
당 내부에선 무리한 징계를 밀어붙이다 연이어 법원에 제지당한 윤민우 윤리위원장의 사퇴론이 제기되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장 대표는 공개 사과하고, ‘윤민우 윤리위’ 일동도 이제는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배 의원도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당했지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징계 효력이 정지된 바 있다.
지난 1월 장 대표는 윤민우 위원장을 임명했다. 이후 ‘윤민우 윤리위’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김종혁 전 최고위원 탈당 권유, 배현진 의원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주도했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윤 위원장은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사퇴해야 하느냐”고 했었다. 이날 현재까지 장 대표 측도 배현진 의원,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법원의 징계 무효 결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올해 초 징계 국면에서 장동혁 지도부는 ‘숙청 정치’를 우려하는 대다수 보수층 여론마저 묵살했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선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는 식의 태도로 국민들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최고위원도 “장 대표는 지금까지 당을 망가뜨린 데 대해 응분의 그리고 합당한 책임을 져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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