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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목표도 불분명한데 시장만 들쑤시는 작전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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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이스라엘, 美 상의 없이 이란 에너지 시설 공습
주변국 보복 피격에...트럼프, 뒤늦게 “하지 마”
“이건 로비 전쟁”...‘마가’ 대테러국장은 사임
정보국장까지 “임박한 위협은 대통령만 알아”
유럽은 도움 요청 ‘묵살’...시장만 롤러코스터
서울경제

즉각적인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두고 미 행정부 내부에서도 의견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군사 활동을 공식적으로 ‘전쟁’이 아니라 ‘군사 작전(에픽 퓨리)’로 표현해야 할 만큼 명분도 부족한데, 이를 통해 얻을 실익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맹들도 참전 요청에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만 백악관의 예상을 훨씬 크게 뛰어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자 트럼프 대통령도 슬슬 전쟁의 목표를 축소하며 출구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황을 방치할 경우 이스라엘과 이란이 중동의 주요 에너지 기반시설들을 파괴하는 쪽으로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관건은 미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실을 내밀며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있느냐다. 애초 이번 전쟁에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눈을 대외 성과로 돌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직전까지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희대의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의혹 관련 파일 재조사,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자국민 사살, 관세 전가에 따른 물가 상승 등 끊임없는 정치 악재에 시달렸다. 만약 이란 전쟁조차 별 소득 없이 천문학적인 군비만 소모한 것으로 끝난다면 미국의 표심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란 에너지 시설 공습 충격...“대규모 폭파” 트럼프, 뒤에선 “하지 마”
서울경제

지난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와 직결된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해상 가스전 가운데 하나인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자국의 에너지 부문이 다시 공격받을 경우 미국과 이해관계가 얽힌 걸프 지역 인접국들의 석유·가스 산업을 파괴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후 이란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가스 시설 밀집 지역에 실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란은 또 사우디아라비아 가스 시설에도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가 요격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은 카타르의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의 사드 알카비 최고경영자(CEO)는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로 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의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피격으로 이 회사의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고 이를 복구하려면 3∼5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한국은 카타르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연간 900만∼1000만 톤의 LNG를 카타르에서 들여온다. 카타르와 장기계약한 물량은 연간 610만 톤이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과 자연재해 같은 상황에서는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책임을 면제해주는 장치다.

상황이 녹록지 않게 흐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쓰고 “만약 이란이 무고한 나라를 공격한다면 미국은 지금까지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힘과 위력을 동원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규모로 폭파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뒤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란의 가스전 등 에너지 시설에 추가 공격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스라엘 채널 12방송은 지난 10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내 석유와 에너지 시설은 추가로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자국에 요청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하던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의 석유·가스 시설을 추가 공격하지 말라고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타냐후 총리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고, 그도 지지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병력을 증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며 “만약 내가 그렇게 하더라도 말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는 병력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에너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이란의 석유 수출 전초기지인 하르그섬에 대해 “우리는 원하면 언제든 그 섬을 제거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이스라엘 로비 전쟁” ‘마가’ 출신 대테러국장 사임...정보국장도 “임박한 위협은 트럼프만 알아”
서울경제

에너지 공급난과 함께 전쟁의 부족한 명분 문제도 트럼프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애초 즉각적인 위협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쟁을 밀어붙인 터라 종전의 계기로 삼을 구실도 많지 않은 상태다. 17일에는 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X(옛 트위터)에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국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에픽 퓨리)’ 작전을 개시한 이래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당국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처음이었다. 특히 켄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자였다는 점에서 그의 사의 표명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분열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았다.

켄트 국장은 “나는 양심상 이란에서 진행하는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고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분명히 미국 내 이스라엘의 강력한 로비에 따른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켄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도 미국이 이라크 전쟁 때처럼 이스라엘에 속아서 전쟁에 발을 들였다고 주장했다. 켄트 국장은 2019년 시리아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군에 복무하던 아내를 잃은 이력이 있다.

국가대테러센터의 상위 기관인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도 18일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무엇이 임박한 위협인지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국가안보의 위협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고해야 하는 정보기관 수장이 자신도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이란의 임박한 핵 위협을 개전 명분으로 내건 바 있다. 개버드 국장은 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폐기됐다는 서면 진술을 이날 청문회 구두 발언에서는 생략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개버드 국장은 이란의 긴급한 핵 위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자신이 신뢰하는 보좌관의 사직을 조율해야 하는 난처한 임무를 맡았다”고 평가했다.

개버드 국장은 19일에도 하원 청문회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지도부를 무력화하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시작으로 몇몇 인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탄도미사일 발사·생산 능력, 해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기뢰 부설 능력을 파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20일째에 접어들었는데 이제서야 이스라엘과 트럼프 대통령 간 목표가 다르다고 토로한 셈이었다.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가스전을 공격할 때도 미국과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네타냐후, 이란 가스전 단독 공습...日도, 유럽도 트럼프 도움 요청에 ‘침묵’
서울경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이번 전쟁으로 자국에서 지지율 최고조를 달리는 네타냐후 총리도 이란 가스전 공습은 단독 작전이었다고 시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일 개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더는 이란 가스전에 공습을 가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이란은 역대 어느 때보다 약해진 상황”이라며 “이란은 이제 더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고 탄도 미사일을 제조할 능력도 상실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지역 강대국을 넘어 일각에서는 세계 강대국이라고 부를 정도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며 “이란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스라엘 공군은 18일 동안 이란 전역에 1만 2000발의 폭탄을 투하해 방공망의 85%, 탄도미사일 발사대의 60%를 파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다는 의혹을 두고는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미국에 무엇이 유익한지에 따라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지도부와 관련해서는 “이란 정권 수뇌부 내에 심각한 분열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누가 실권을 쥐고 이란을 이끌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상군 투입도, 에너지 시설 공격도 포기한 상황에서 전쟁을 단기에 끝내기가 버거워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도움을 주기를 여전히 기대하는 눈치를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사나에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일본이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며 “우리는 그런 관계이고 일본에 (주일미군) 4만 5000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뭘 더 쥐어주면서 원조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상시 체제로 자리잡힌 주한미군, 주일미군 등의 주둔 대가로 그저 군함을 파병하라는 논리만 펼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이날 이란의 핵보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주변국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일본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 국가들은 더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EU 집행부 고위 인사들과 회원 27개국 정상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선을 그었다. 전쟁 초기부터 비판적인 입장을 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우리는 이 전쟁이 불법이므로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우리는 중동에서의 긴장이 완화되고 안정 상태로 돌아가길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독일은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전투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산 원유까지 제재 해제 수혜...시장만 출구 없이 매일 롤러코스터
서울경제

전황이 단기전도 아니고 장기전도 아닌 식으로 복잡하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만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이 18일 장중 110달러를 넘더니 19일에는 119.13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1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9일 만이었다. 18일 정규장에서는 0.1% 상승에 그쳤던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이후 시간대부터는 덩달아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와 WTI는 19일 장 막판 그나마 안정을 되찾으며 각각 배럴당 108.65달러, 96.1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 유가 간 격차는 11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사실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은 평시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브렌트유는 북해산이지만, 가격 자체가 유라시아 대륙의 기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중동 사태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았을 뿐이다. WTI는 미국 텍사스주 중심의 생산분이라서 인도양·홍해 인근의 해상 보험료와 운송비 급등 영향을 그나마 덜 받는 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유조선에 실린 채 묶여 있는 약 1억 4000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조만간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달 12일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해제한 데 이어 이란산까지 덩달아 혜택을 보게 된 셈이다. 베선트 장관은 또 전략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동 정세 불안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4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27%), 나스닥종합지수(-0.28%) 등 뉴욕 주요 주가지수들도 19일 모두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도 전날보다 5.9%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4605.7달러를 기록해 7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4월 인도분 은 선물도 이날 트로이온스당 70.97달러로 8.2% 급락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한 결과다. 실제 전날과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영란은행(BOE) 등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입장에서 당장은 전쟁을 종료할 핑계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설프게 종전을 선언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겨냥해 자국에서 얻으려던 정치적 이익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이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라간 유가가 물가 상승으로 전이될 경우 정권이 정치적 역풍을 얻어맞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전쟁을 ‘돈이 아까운 장기전’으로 맹비난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지지했던 사람들까지 등을 돌릴 위험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 강경파들의 지지를 얻고 이란은 반미 감정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의 최대 적성국들이 이 전쟁으로 별 타격을 입지 않거나, 외려 이득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 전략에 희생양이 될 ‘뭔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경제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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