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트럼프 “진주만 공습 왜 안 알렸나”…다카이치, 눈 크게 뜨며 당혹

댓글0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서 ‘금기어’
“이란 공습 동맹국에 왜 안 알렸나” 기자 질문에
트럼프 “기습에 대해 일본보다 잘 아는 나라 있나”
트럼프 기습 발언에 다카이치 불안한 기색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에 들어가며 발언하고 있다. 2026.03.20 워싱턴=AP 뉴시스


“왜 진주만 (공습)에 대해 내게 미리 말하지 않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 발언에 옆에 앉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눈을 크게 뜨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 태연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손목에 찬 시계를 보는 등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동아일보

@LakotaMan1 X 갈무리


미일 정상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농담과 덕담을 주고받는 등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한 일본의 역할 확대 등을 요구하는 대목에선 긴장감도 적지 않게 감지됐다. 그는 앞서 14일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방어를 위해 군함을 보내라고 요구한 뒤, 연일 ‘파병 청구서’를 들이밀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 트럼프, 호르무즈 日 공헌 요구 VS 다카이치 “법 안에서 하겠다”

동아일보

백악관 유튜브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진주만’을 콕 집어 언급한 건, ‘이란을 공격할 때 일본 등 동맹들에 왜 먼저 알려주지 않았는가’란 일본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국은 이번에 기습을 원했다면서 “기습에 대해 일본보다 더 잘 아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더니 진주만 얘기까지 불쑥 꺼낸 것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간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의식해 일본 정상 앞에서 진주만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꺼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굳건한 동맹이 된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굳이 상대의 치부를 들춰내지 않았단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 지도자 앞에서 그 나라 역사 속 민감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장면은 그와의 백악관 회담이 지닌 예측 불가능하고 종종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소극적인 일본을 겨냥해 진주만 얘기로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상대의 민감한 지점을 의도적으로 파고들어 상대를 심리적으로 수세에 놓고 자신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3.20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이나 다른 누구로부터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들이 나서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90% 이상의 석유를 얻는다면서 “그것이 나셔야 할 큰 이유”라고도 했다.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얻는 게 많으니 해협 봉쇄를 푸는 작전에도 동참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정상회담에 동석한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 부장관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일본이 공헌할 것을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법률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다카이치 “배런, 도널드 닮아 키 크고 훌륭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단단한 양국 관계를 보여주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과 연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트럼프 대통령 품에 와락 안기며 반가움을 표하더니, 연신 ‘트럼프 대통령’ 대신 ‘도널드’(일본식 발음인 ’도나르도‘라고 지칭)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3남 2녀 중 막내인 배런(20)도 거론했다. 그는 “도널드, 내일은 배런의 생일”이라며 “배런이 매우 키가 크고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며 “도널드 당신을 보니 배런이 누구를 닮았는지 분명하다”고 추켜 세웠다. 이어 “재팬 이즈 백(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외치며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도 분명히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독립·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벚나무 250그루도 이번 방미를 계기로 선물했다. 일본은 앞서 1912년에도 양국 우호를 기리기 위해 벚나무 3000여 그루를 선물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더팩트강남·한강벨트 꺾였지만…키 맞추는 중저가 지역
  • 이투데이경찰버스가 결혼식 셔틀버스로…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 여파
  • 일요시사이 대통령 지지율 67%⋯취임 후 최고치 경신
  • 연합뉴스광주 동구청장 노희용·진선기 예비후보 단일화…현직 3선 반대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