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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부른 ‘트럼프플레이션’…글로벌 중앙은행 '금리인상'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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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ECB·Fed 금리 동결…긴축 전환 신호 뚜렷
금리 인하 기대 꺾이고 인상 가능성 부상
중동發 에너지 충격에 물가 압박 확대
ECB 4월 인상설까지…시장 긴축 베팅 강화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동 전쟁이 촉발한 ‘트럼프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뒤흔들고 있다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이 유력했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멈춰 서며, 다시 ‘금리 인상 카드’도 검토하는 국면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물가를 재자극하는 전형적인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재현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쟁이 단기에 진정될 경우 금리 인하 경로로 복귀할 여지도 남아 있지만,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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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인하 사이클이 중단된 셈이다. 이란 전쟁이 없었다면 0.25%포인트 인하가 유력했지만, 페르시아만 지역의 석유·가스 시설 공격이 모든 시나리오를 뒤집었다. 실제로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 9명 중 5명은 금리 인하를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결국 전원 동결로 돌아섰다. BOE는 향후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3.25%)가 반영됐지만, 현재는 오히려 두 차례 인상(4.25%)에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인하→동결→인상’으로 정책 기대가 단기간에 급반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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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사진=AFP)


이 같은 흐름은 유럽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기준금리를 2%로 동결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히 ‘긴축 유지 또는 강화’로 이동했다. ECB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단기적으로 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물가 전망을 기존보다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6%로 끌어올렸다. 중동 전쟁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한때 35% 급등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성장률 전망은 1.2%에서 0.9%로 낮췄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중동 전쟁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와 성장 하방 리스크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을 통해 단기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주목되는 것은 정책 스탠스 변화다. ECB 내부에서는 이미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ECB 관계자를 인용해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크게 웃돌 경우, 이르면 다음 회의(4월 29~30일)에서 금리 인상이 논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위원들은 전망치 업데이트가 없는 4월보다는 6월을 더 현실적인 시점으로 보지만, 전쟁 충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될 경우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도 이에 즉각 반응했다. 단기금리 시장에서는 4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 60%까지 반영됐고, 연내 최소 두 차례 인상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연내 동결’이 기본 시나리오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책 기대가 급반전된 것이다.

인플레이션 기대도 빠르게 들썩이고 있다. 1년물 유로 인플레이션 스와프는 연초 2% 이하에서 최근 4% 수준까지 급등했다. 중앙은행이 가장 경계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재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CB 내부에서도 2차 파급 효과(second-round effects)가 현실화될 경우, 보다 공격적인 긴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의 60%가 차질을 빚고 주요 인프라 피해가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경우 유로존 물가는 올해 4% 중반, 2027년에는 4% 후반까지 상승하고 성장률은 0%대 초반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특히 유럽은 가스 저장량이 계절적 저점에 있는 상황이어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간 LNG 확보 경쟁이 격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물가 충격이 아니라 정책 경로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상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당시에도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했고, 중앙은행들은 대응이 늦어지며 결국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ECB 역시 당시 충격에서 2차 효과를 과소평가했던 경험을 반영해 이번에는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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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AFP)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연준은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시장 기대를 일정 부분 되돌렸다.

파월 의장은 추가 긴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도 이번 회의와 지난 회의에서 논의됐다”면서도 “대다수 참가자들은 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은 어떤 옵션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부 위원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4~6% 가량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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