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의료진이 최첨단 단일공 로봇 수술기인 ‘다빈치SP’를 이용해 정밀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대병원 제공 |
서울 대형 병원으로 향하던 중증 환자들의 발걸음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이 조혈모세포이식과 CAR-T 세포치료, 폐암 정밀 진단, 로봇수술 등 첨단 의료 역량을 빠르게 확대하며 영남권 중증 치료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 치료는 수도권’이라는 의료 공식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혈액암 치료 경쟁력 전국 상위권
특히 혈액암 치료 분야에서 울산대병원의 경쟁력은 전국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병원은 골수이식으로 불리는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에서 비수도권 1위, 전국 6위 실적을 기록하며 상위권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과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암 치료에서 난도가 높은 치료법 가운데 하나다.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경험과 치료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울산대병원은 오랜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 의료진과 지방 최대 규모의 무균실 치료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남권 혈액암 치료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방 최초 CAR-T 세포치료 도입
최근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CAR-T 세포치료 도입이다. 울산대병원은 지방 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CAR-T 세포치료센터를 개소해 첨단 면역항암 치료 체계를 구축했다.
CAR-T 세포치료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치료 과정이 복잡하고 고도의 의료 인프라가 필요해 국내에서도 일부 대형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울산대병원이 이 치료 체계를 구축하면서 영남권 환자들도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고 지역에서 첨단 혈액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폐암 진단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로봇 보조 기관지내시경 시스템 ‘아이온’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고 국내 최초로 100례 시술을 달성했다.
아이온 시스템은 기존 기관지내시경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폐의 말초 병변까지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비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 질환으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작은 폐 결절도 정확하게 찾아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 폐암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로봇수술 6000례… 영남권 최대 규모
로봇수술 분야에서도 울산대병원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병원은 3대의 로봇수술기를 운영하며 올해 2월 기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6000례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지역 최대 규모다.
로봇수술은 고해상도 3차원 영상과 정밀한 로봇 팔을 이용해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첨단 수술 방식이다. 출혈과 통증을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울산대병원은 다양한 진료과에서 로봇수술을 확대하며 고난도 수술 경험을 쌓아 왔다. 특히 로봇수술 기술 교육을 담당하는 프록터 의료진을 국내 최다 수준인 4명 보유하고 있어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혈액암 치료와 폐암 진단, 첨단 수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역량을 강화한 울산대병원은 최근 암병원·뇌병원·심장병원 중심병원 체계를 구축하며 중증 질환 치료 인프라도 확대하고 있다. 의료 역량이 강화되면서 최근 1년 사이 중증 질환 환자는 25% 이상 늘었고 수술 건수도 40% 이상 증가했다.
중증 치료 인프라 확대… “지역에서 완결되는 의료”
울산대병원은 앞으로 중증 의료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따라 총 150억 원 규모의 ‘중증·고난도 시설·장비 첨단화 사업’ 예산을 확보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로봇수술실 4개와 하이브리드 수술실 1개 등 첨단 수술실 5개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또 고정밀 방사선 암치료기 ‘트루빔’을 도입해 암 치료 역량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울산대병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에서도 중증 질환 치료가 완결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혈모세포이식과 CAR-T 세포치료, 폐암 정밀 진단, 로봇수술 등 첨단 의료 역량을 기반으로 ‘중증 환자는 수도권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오랜 의료 공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장비 도입이나 치료 건수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울산대병원은 각종 국가 평가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두며 의료 수준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에서 전국 3위를 기록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중증 환자 진료 비율, 의료 인력 수준, 교육·연구 역량 등 의료기관의 종합 경쟁력을 평가하는 권위 있는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것이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보건복지부 의료질 평가에서도 8년 연속 1등급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의료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외상·응급 치료 역량 전국 최고 수준
중증 응급환자 치료 역량 역시 전국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외상 환자 생존율 전국 1위를 기록하며 국내 외상 치료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도 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근경색과 뇌중풍(뇌졸중) 등을 치료하는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역시 ‘우수센터’로 2회 연속 선정됐다.
암과 중증 질환 치료 분야에서도 경쟁력은 확고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는 주요 암 및 중증질환 적정성 평가에서 다수 항목 1등급을 유지하며 전국적으로 높은 의료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박종하 울산대병원 병원장은 “지역에서도 중증 질환 치료가 완결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해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 확충과 서비스 향상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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