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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매일 30분… ‘오늘’ 쓰고픈 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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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는 직장인] <1>
14년간 22권 낸 정지우 변호사
조선일보

종일 매달려도 글 한 편 쓰기 어려울 것 같지만, 어떤 이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쓴다. 꾸준히 책을 내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그들이 일과 글쓰기라는 두 개의 공을 매끄럽게 저글링해 나갈 수 있는 비결을 묻는다. /김지호 기자


작가이면서 변호사인 정지우(39)와 인터뷰 약속을 잡은 지난 4일만 해도 그의 단독 저서는 2012년 낸 첫 책을 포함해 모두 20권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9일엔 그새 ‘출판인을 위한 저작권법’이 나와 21권으로 늘어나 있었다. 열흘이 지난 19일엔 ‘오늘의 나를 쓰는 시간’이 출간되면서 22권이 되었다. 올해 나온 책만 모두 3권. 지난해엔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 ‘AI, 글쓰기, 저작권’ 등 4권을 냈다.

장르도 에세이, 인문 교양, 어린이책, 저작권 관련 실용서 등 다방면을 넘나든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변호사 일을 하면서 이 정도 속도로 쏟아내다니 거의 AI 아닌가?” 농을 던졌더니 정지우는 초연한 표정으로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쌓아가다 보니 ‘글쓰기 모임’ ‘육아’ 같은 주제별 카테고리가 생겨 각각 책으로 엮인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정지우는 매일 쓴다. 로스쿨생이던 2018년부터 하루 30분~1시간 페이스북에 A4 용지 한 장 이내의 글을 쓰는 걸 루틴으로 삼고 있다. 변호사 시험 준비할 땐 공부와 육아를 끝낸 새벽에 한 편씩 썼고, 로펌 다닐 땐 점심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했다. 2023년 말 개업한 후엔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운용하며 쓴다. 그 맹렬한 꾸준함이 소위 ‘워라밸’을 지켜 가며 그를 작가로 만든 힘이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꿨지만 글쓰기의 목적은 삶의 단계별로 달라졌다. 중학교 땐 판타지 소설가가 되고 싶어 끄적였다. 고려대 국문과 재학 중엔 순문학을 하고 싶었다.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철학과 이중 전공을 하면서 인문학 글쓰기로 방향을 틀었다. 2012년 지인이 하는 출판사에서 첫 책 ‘청춘 인문학’을 냈다. “당시 나는 20대 중반이었다. ‘88만원 세대’ 등 청춘 담론이 활발했는데 ‘이건 내 청춘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청춘에 대해 내가 아는 인문학적 지식을 동원해 책을 쓰게 됐다.”

2017년 결혼하고 이듬해 아빠가 됐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밀려오면서 ‘글 써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었다. 결국 서른한 살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입학했다. 정지우는 “수험 생활을 하면서 오늘을 견디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매일 30분 정도 글을 쓰는 것이 유일한 일탈이었다”고 했다. 일상을 사유하며 쓴 글이 예상 밖으로 널리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들로부터 출간 제의가 이어졌다. 사회비평 에세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등이 그렇게 세상에 나와 1만 부 넘게 팔리며 사랑받았다.

30대 중반에 로펌에 취직했다. 정지우는 “사회에서 나는 이제 시작한 사람인데 글쓰기 세계에선 업력이 쌓여 있고 오히려 나를 찾는 수요가 훨씬 많더라”면서 “작가를 안 하려고 로스쿨에 갔는데 어쩌다 보니 삶의 절반을 글쓰기가 차지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의 책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은 순수하게 글만 써서 먹고사는 ‘전업 작가’는 지극히 드문 현실을 직시하라고 이른다. 소셜미디어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노출된 아카이빙’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글쓰기 수업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쌓으라 조언한다. 그 ‘관계’에서 파생된 강연 등을 하며 저자로 우뚝 선 경험을 이야기한다. 몇십만 부 베스트셀러가 되는 ‘대박’이 터지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하는 글을 꾸준히 쓰면서 삶을 독립적으로 영위하는 법을 말한다. 정지우는 “처음 개업했을 땐 이혼 사건 등 온갖 일을 다 했지만 차츰 저작권 관련 업무로 범위를 좁혔다”면서 “인세, 칼럼 기고, 글쓰기·독서 모임 운영, 강의 등 글쓰기와 그를 통해 파생된 일로부터 얻은 소득이 주 수입원”이라고 했다.

수많은 저자가 특정 분야 전문성을 주장하며 스스로를 ‘브랜드’로 만드는 시대, 정지우는 “나는 오늘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쓴다”고 했다. “아이 태어났을 때 써 놓은 동화도 출간하고 싶고, 그림책도 써보고 싶다. 저작권 분야는 전문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내 글쓰기 전체를 놓고 보면 일부분이다. 자기계발 강의하시는 분들은 나를 전략도 없는 이상한 케이스라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내게 글쓰기란 나만이 아는 마음의 영역을 나만의 방법으로 정리하는 행위다.”

◇정지우의 글쓰기 Tip

글 쓸 때 필요한 환경= 딱히 없다. 수험 생활 할 때 항상 블루투스 키보드를 갖고 다니면서 아이 목욕시 키면서도, 지하철에서도, 모든 순간에 썼다. 지금도 어떤 상황에서든 쓸 수 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된 책= 최근 읽은 책 중에선 영화 ’300′ 원작자인 스티븐 프레스필드가 쓴 ‘더 피어오르기 위한 전쟁’. 창작자는 항상 내면의 저항과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됐다. 게으름을 억누르고, ‘써야지’ 하는 마음이 피어오르게 하는 책이다.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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