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부 페르시아만 연안 칸간 인근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2단계 시설 전경으로 2014년 1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사진./AFP·연합 |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중동 전역의 주요 에너지 시설에 대한 전방위 난타전으로 번지면서 19일(현지시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전면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 브렌트유 119달러…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전장보다 10% 이상 급등한 배럴당 119.1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던 가격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WSJ는 브렌트유가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여전히 약 5% 상승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전쟁 이후 유가가 50% 이상 상승했다고도 전했다.
유럽 경유 선물 벤치마크 가격도 장중 한때 배럴당 190달러를 넘어섰으며, 블룸버그는 이것이 분쟁으로 인한 더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4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도 장 초반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가 다소 상승 폭을 줄였고, 이에 따라 WTI와 브렌트유 간 가격 격차는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은 장중 한때 메가와트시(MWh)당 73유로를 넘어 전장 대비 35%까지 올라 지난달 28일 전쟁 시작 전의 두배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역시 최대 6.5% 상승했다. 영국 가스 가격 역시 전쟁 전의 두배 이상으로 오른 섬(Therm)당 1.71파운드 선에서 거래됐다.
3D 프린팅된 석유 파이프라인 뒤로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이 보이는 지도로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로이터·연합 |
◇ 글로벌 증시 하락·국채 금리 상승… 중동 리스크에 부담 확대
WSJ에 따르면 최신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악화시키면서 전 세계 국채 금리가 상승해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4.28%를 넘어 올랐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가 손실을 주도하며 하락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전날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춘 이후 이미 주요 지수가 하락한 상황에서 충격이 확대됐다.
중동 석유와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주식도 하락했다. 홍콩·일본·한국 증시가 하락했고, 스톡스 유럽 600지수는 연초 상승분을 반납하는 흐름이다. 영란은행(BOE)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분쟁 장기화 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 아래로 하락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팍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AP·연합 |
◇ 카타르 LNG·사우디 정유시설 동시 타격… 에너지 인프라 확전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 사우스 파르스와 아살루예 가스시설을 타격하자, 이란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이 위치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타르에너지는 LNG 시설들이 공격을 받아 "상당한 규모의 화재와 광범위한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미 전쟁으로 LNG 선적이 중단된 상황에서 추가 타격은 장기적인 공급 차질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공급 균형을 축소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울 것으로 분석된다.
셸의 펄 가스액화 공장도 피해를 입었으며, 화재는 진압됐고 현재 안전한 상태지만 피해 규모를 평가 중이다.
서부 홍해 연안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의 아람코와 엑슨모빌 합작 정유시설 삼레프에 드론이 추락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 국방부가 해당 지역으로 향하던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전했다. 얀부 항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 핵심 수출 경로로,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표적이 됐다.
쿠웨이트에서는 미나 알아흐마디와 미나 압둘라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으나 모두 진압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부다비에서는 미사일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로 하브샨 가스시설이 폐쇄됐다.
◇ "복구에 수개월"… 공급 차질 장기화·유가 150달러 경고
수전 사크마르 미국 휴스턴대 교수는 카타르 라스라판 피격을 두고 노르트스트림 공격에 비견되는 LNG 부문의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소피 코르보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복구에는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최악의 경우 라스라판이 2026년에 재가동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플로렌스 슈미트 에너지 전략가는 "이번 공격은 향후 몇 달간 끔찍한 공급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진단했다.
노르웨이 기반의 에너지 리서치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아디티야 사라스와트 부사장은 얀부 항구 차질이 하루 500만~600만배럴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 트럼프 "가스전 폭파" 경고… 이란 "보복 진행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긴장 완화를 촉구하면서도 이란에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사우스 파르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이란이 카타르 LNG 시설을 다시 공격할 경우 해당 가스전을 대규모로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이란군 대변인은 "대응이 진행 중이며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고 해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충돌이 추가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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