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여러 나라가 그림자 함대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경우 군사적 타격도 감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군사적 갈등이 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국적 유조선 미드볼가-2호가 지난 2022년 8월 15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해양위원회 위원장은 18일 러시아의 대표적인 경제·시사 일간지 코메르산트와 인터뷰에서 "향후 러시아 국기를 단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기동사격부대(mobile firing groups)' 배치할 수 있으며, 유조선에 '특수 방어 수단'을 탑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푸틴 최측근이자 파워맨 "정치·외교로는 부족… 서방의 공격에 대응 조치 필요"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내에서 영국의 FT나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녈(WSJ) 정도의 권위를 인정받는 매체이다.
파트루셰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핵심 권력 멤버이다.
옛 소련 시절 비밀 경찰로 악명이 높았던 비밀첩보조직 국가보안국(KGB) 요원이었고, 1999~2008에는 푸틴 후임으로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장을 지냈다. 이후 2024년까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지낸 뒤 해양위원장에 임명됐다.
러시아 권력 집단 중 최고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실로비키(군·정보기관 출신의 권력 엘리트 그룹)이며 현 푸틴 정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파트루셰프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3류 해양 강국들이 러시아 항구에서 출발하는 화물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외교적, 법적 수단만으로는 러시아 해운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막기 어려운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해상 위협이 나타날 경우 새로운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 유럽 등 서방, 러시아 압박 위해 그림자 함대 차단에 심혈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미국과 유럽 등의 제재가 대폭 강화되자 그림자 유조선을 대거 동원했다.
이들 유조선들은 복잡한 등록 절차와 유령 회사를 내세워 실제 선주가 누구인지를 철저히 은폐하고 수시로 국적(기명)을 바꾸고 깃발을 교체하는 한편, 위치 추적기(AIS)를 끄는 방식으로 추적을 따돌리기도 한다.
노후한 선박이 대부분이어서 해상 사고 위험이 높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해상 기름 유출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질 주체도 불분명하다.
AI 일러스트=장일현 특파원 |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원유에 대해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고, 그림자 함대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어 보험 가입 차단 등 각종 제재를 강화했다.
최근 EU가 발표한 제20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는 43척의 선박이 추가로 그림자 함대에 등록됐다. 이에 따라 총 그림자 함대 선박은 약 640척이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하루 원유 수출은 꾸준히 400만~500만 배럴 수준을 유지했고, 이 중 상당 물량이 그림자 함대를 통해 중국 등으로 수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은 선박 등록을 하지 않는 등 국제법을 위반한 그림자 함대 선박을 잇따라 나포하고 있다.
■ "미국의 군사작전 결코 장대하지 않아… 세계는 비극 목격 중"
파트루셰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공격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분할하고 해상 물류를 파괴하고 있다"며 "이 작전은 결코 장대하지 않으며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인도적·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 정부가 하루 최대 1억50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거두고 있는 점에 대해 "이러한 이익은 일시적이며 중동의 장기 파트너들과의 관계 손상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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