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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조원 선물에도 파병 압박…다카이치 묘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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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고비에 만난 미일 정상
SMR·화력발전소·유전 개발 등
에너지인프라 2차 투자발표 예정
이례적 환대에도 자위대 파견 뇌관
다카이치 “못할건 못해” 신중론 불구
트럼프 면전서 거부하기도 쉽잖아
외교성과·안보 딜레마 동시 시험대
서울경제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정세가 혼란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첫 방미길에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에너지 인프라에 730억 달러(약 110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전쟁에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상에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일 양국은 미국 시간으로 이날 오후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의 2차 투자 공동 문서를 발표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테네시주에 최대 400억 달러를 들여 소형모듈원전(SMR)을 건설한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미국 GE버노바의 합작사가 건설을 담당할 예정이다. 펜실베이니아주와 텍사스주에는 최대 330억 달러를 투입해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짓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향후 대일 원유 수출 확대를 위해 유전 공동 개발 등을 검토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에 발표한 투자 사업에는 도시바와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기업들이 핵심 부품과 설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미일 관세 합의의 대가로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82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일본이 360억 달러 규모의 1차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친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나온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다. 여기에는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발전소, 텍사스주 심해 원유 수출 시설, 조지아주 산업용 합성 다이아몬드 제조 시설 건설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속도가 늦다며 일본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직후 발표된 계획이었다. 일본은 이미 3차 투자안으로 미국 내 유전 개발과 대형 원자로 건설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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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매체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이례적으로 극진한 대접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례적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방문 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만찬을 함께하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회담의 내용과 분위기는 다카이치 내각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동맹’과 ‘경제 협력’이 올라야 할 양국의 협상 테이블에 이란전 군사 협력이라는 불편한 과제가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호위할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응답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하며 “도움은 필요 없다”고 선언했으나 외신들은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군사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현재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이란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8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출국하기 직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현행법상 군함 파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자위대 파견에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내각도 군사 협력을 마냥 반대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 역시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에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적 지지와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최대 목적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과 미국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을 연기하면서 이런 계획이 틀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31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란 전쟁을 이유로 연기했다. 새로운 방중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4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벚나무 250그루를 보낼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선물을 원하고 있다”며 “이란 전쟁으로 일본이 ‘외줄타기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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