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0~7살 네 남매와 30대 아빠’의 죽음…“그게 마지막 간식일줄은”

댓글0
헤럴드경제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8일 울산에서 30대 남성과 0~7세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 가족은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포착돼 복지 공무원이 방문했던 관리 대상이었으나, 가장인 30대 남성이 거부해 기초생활수급 신청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18일 오후 4시 48분께 울산시 울주군의 한 빌라 방 안에서 30대 남성 A 씨와 미성년 네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자녀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7세 맏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던 둘째, 셋째 딸, 생후 5개월 막내 아들이다.

현장에서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혼자 자녀들을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방 안에서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확인됐다. 사망 시점은 16일께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첫째 아이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학생이 사흘 연속 결석하자 담임교사가 가정방문을 했으나 문이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당국, 울주군 사회복지팀과 함께 출동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숨진 가족을 발견했다.

이 가족은 지난해 3월부터 생활고로 당국의 복지 지원을 받아왔다. A 씨는 당시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12월까지 긴급 생계·주거지원비 806만원과 각종 생필품, 식료품 등을 지원받았다. 형편도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무렵 식당일을 하던 A 씨의 아내가 범죄에 연루돼 구속되고, A 씨 홀로 네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A 씨는 가끔 일용직 근로를 하며 생계를 꾸렸는데,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A 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맏딸을 하교 후 어린이집에 맡겨야 했고, 둘째와 셋째도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어린이집에 맡겼다. 다만 생후 5개월 된 막내 아들은 직접 돌봤다.

그 와중에 A 씨 건강은 급격히 악화했고, 일용직 근로조차 나가지 못할 정도가 됐다.

가족은 매달 나오는 아동수당과 부모 급여 등 14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텼다. 월 60만원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은 80만 원. 식비로도 턱 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건강보험료 100여만원이 체납되는 등 다시 위기 징후가 포착되자,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지난달부터 여러 차례 가정을 방문해 기초생활수급과 한부모가족 지원 신청을 독려했다.

그러나 A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청을 주저했다. 지원받으려면 당사자가 직접 신청서를 쓰고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담당자들을 집 안에 들이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라’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수급자가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으로 센터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명확한 위기 상황에서는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지원이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과자, 라면 등 생필품을 종종 외상으로 구매한 뒤 갚고는 했다고 한다. 편의점주는 “종종 아이들 손을 잡고 오곤 했는데, 애들은 올 때마다 인사도 잘하고 명랑했다”며 “열흘쯤 전에 아빠 혼자 와서 과자를 17만원어치나 사 갔는데, 그게 아이들이 먹는 마지막 간식이 될 줄은 몰랐다”고 눈물지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한국일보[속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건희 특검 출석…'보험성 투자' 의혹 조사
  • 아시아경제부여군, 소비쿠폰 지급률 92.91%…충남 15개 시군 중 '1위'
  • 더팩트수원시, '2025 수원기업 IR데이 수원.판' 6기 참여 기업 모집
  • 헤럴드경제“김치·된장찌개 못 먹겠다던 미국인 아내, 말없이 애들 데리고 출국했네요”
  • 머니투데이"투자 배경에 김 여사 있나"… 묵묵부답, HS효성 부회장 특검 출석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