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이날 전원합의체는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A 씨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 피고인의 변론이 분리된 경우에도 모해위증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다. 2026.03.19. jhope@newsis.com |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형사 사건의 피고인이 공범 관계로 함께 기소된 상대방의 공판 절차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거짓 증언을 내놓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법리를 유지했다.
여러 명이 기소된 재판에서는 개별 피고인을 심리하기 위해 변론을 분리하고 다른 피고인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는 일이 잦은데, 이런 경우에 증인이 된 피고인을 '제3자'로 볼 수 있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A씨 상고심의 선고기일을 열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일대의 하수관거 정비 공사를 관리·감독하면서 설계 도면대로 공사한 것처럼 현장 사진을 꾸며 대금을 가로챘다는 혐의로 지난 2016년 업체 사장 B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해 12월 B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 후 'B씨 지시로 사진을 조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실제로 그런 사실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지난 2018년 6월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하며 B씨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 2021년 A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명령 80시간을 선고 받았다. 2심 재판부도 항소를 기각하자, A씨는 대법에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 피고인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 소송절차 분리로 증인의 신분이 돼 공판에서 위증을 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로 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이날 전원합의체는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A 씨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 피고인의 변론이 분리된 경우에도 모해위증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다. 2026.03.19. jhope@newsis.com |
본래 여러 명의 피고인이 재판에 넘겨졌을 때, 어떤 피고인이 공판에서 다른 피고인과 관련된 진술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증인' 자격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재판 진행 도중 개별 피고인의 혐의를 살펴보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재판부 직권이나 검사 또는 피고인, 변호인 신청으로 변론을 분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동 피고인이라도'제3자'의 성격인 증인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종전의 판례는 여전히 타당하다는 게 이날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0명 등 11명이 동의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증언거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한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자신의 범죄 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의 진술거부권 내지 자기부죄거부특권(불리한 진술을 강요 당하지 않을 권리)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인 측면도 언급했다. 마약·보이스피싱·불법 도박사이트·범죄단체 구성·활동 등의 경우 여럿이 연루된 범죄 행위는 객관적 물증이 존재하기 어려워 공범의 진술에 의존해 죄상을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은 홀로 기존 법리를 변경해 사건을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자신의 범죄 혐의 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진술한 부분에 관해서는 증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진술을 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이날 전원합의체는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A 씨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공범 관계에 있는 공동 피고인의 변론이 분리된 경우에도 모해위증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다. 2026.03.19. jhope@newsis.com |
A씨 사례처럼 일시적인 변론 분리가 이뤄진 경우 그 사건에서 A씨를 온전한 '제3자'로 볼 수 없고, 이런 경우 증인으로 대우할 게 아니라 피고인의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실질을 부여해야만 했다는 지적이다.
오 대법관은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에게 부여된 본질적 권리"라며 "실체적 진실 발견이나 소송실무의 편의를 내세워 피고인 진술거부권의 보호 가치를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학계를 중심으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증인 적격 유무와 관련해 여러 논의가 계속됐지만, 현재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법원행정처장에서 사임한 박영재 대법관은 선고에 불참했다. 법원행정처장을 맡는 대법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데, 이번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에 함께하지 못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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