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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과실 정의로 혼란" 의료분쟁조정법 속도전에도 '사법리스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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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법사위·본회의만 남아
의료계 "12대 중과실 범위 과도해…실수까지 중과실화"

머니투데이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에서 발령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해제되는 지난해 10월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와 국회가 필수의료행위 관련 의료인의 사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두고 막판 논의 중이다. 다만 의료계에선 '중대한 과실' 유형을 법안에 명시한 것을 두고 향후 그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돼 외려 의료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개정안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반의사불벌 특례를 기존 경상해에서 중상해까지 확대해 의료인 형사 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중과실 없는 필수의료행위(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에 대해선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해도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따른 환자 보상이 이뤄지면 의료인을 상대로 공소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의료계는 개정안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중과실 개념을 규정한 것은 법적으로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에 명시된 중과실은 △동의받은 내용과 다른 수술·수혈·전신마취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생명·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위험 발생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경우 △사망·중대한 신체 손상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필요한 진단·전원 등을 하지 않은 경우 등 12개 유형이다.

어은경 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의료 전문가·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공동행동' 기자간담회에서 "중과실 정의가 '의도'와 '위중함'보다 '결과'에 치우쳐 모든 개인의 실수가 중과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실수와 위험 행동, 중대한 일탈을 구분해 공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사건 보고·설명·면담·근본 원인 분석이 처벌과 소송의 무기가 되지 않도록 환자와 의사 간 신뢰 회복과 재발 방지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의정협의체에서 전달한 의료계 측 우려가 정부안에 많이 반영됐다"면서도 "12대 중과실 부분이 해석의 여지가 넓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의협은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최근 제출한 의견서에서 중과실 정의 중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행위의 설명·동의가 없는 경우' '전공의 등에 위임 후 감독 미실시' '진료지침·통상적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 등 6개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의료사고 발생 시 '7일 이내에 환자에게 의료사고 내용·경위·사후 조치 등을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을 두고도 불만이 나온다. 사고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에 기한이 촉박하고, 설명 중 의료인의 유감·공감·사과 등 표현이 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단 것이다.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의료사고 관련 세부적인 의학적 판단을 7일 안에 내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고 경위를 면밀히 검토하고 원인을 파악해 설명하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과실 규정은 어떤 의료 행위가 중과실에 해당하는지 의료인이 예상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조치"라며 "신설될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세밀하게 심의하고 판단해 현 수사기관과 거의 같은 수준에서 감정이 이뤄질 예정이며,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현장 의견을 듣고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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