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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간 서울옥션…낮춰 잡아도 510억원어치, 국내 미술경매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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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여는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형성 이래
단일경매 출품액 가장 큰 규모로
요시모토 회화 한점 147억 넘겨
낙찰되면 국내 미술경매 최고가
쿠사마 95억 리히텐슈타인 60억도
케이옥션 3월 경매에는 110여점
45억 샤걀회화 등 176억원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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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토모 나라의 회화 ‘낫싱 어바웃 잇’(Nothing about It, 2016, 194×162㎝). “나약해 보이지만 굴복하지 않는 자아를 투영했다”는 작가의 캐릭터인 ‘아이’의 상반신만으로 대형화면을 채웠다. 31일 여는 서울옥션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 추정가 147억∼220억원을 달고 나선다. 낙찰되면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등극한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술시장에서 나오는 ‘억’ ‘억’ 소리야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이번 ‘억’은 좀 다르다.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억’이니까. 자그마치 ‘510억원’이다.

이 수치는 서울옥션이 3월 메이저 경매로 여는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서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미술품 경매시장이 형성된 이래 단일 경매로는 가장 큰 규모다. 오는 31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할 이번 경매에 출품작은 104점, 낮춰 잡아도(낮은 추정가) 510억원어치다.

과장하자면 ‘단군 이래 처음’이지만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는 30년 안쪽이다. 1998년 서울옥션의 전신인 ‘서울경매’가 설립되고 ‘제1회 미술품 경매’가 열렸다. 이후 2005년 케이옥션이 뒤이어 설립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은 줄곧 이들 양대산맥이 주도해왔던 터다.

사실 이번 서울옥션의 출품작 수로만 보면 여느 달 메이저 경매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510억원까지 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예상할 수 있듯 ‘초고가 작품’들이 나서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작품들이 나온 건가.

고미술품 없이 근현대미술품으로만 꾸린 이번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일본작가 요시토모 나라(67)의 회화 ‘낫싱 어바웃 잇’(Nothing about It, 2016, 194×162㎝)이다. 추정가가 무려 147억∼220억원이다. ‘그것에 관해선 아무것도 없다’는 뜻을 타이틀로 삼은 작품은 대형화면에 요시토모의 캐릭터인 ‘아이’의 상반신만 등장한다. 넓은 이마에 커다란 눈을 치켜뜨고 입을 앙다문 무표정의 아이는 “저항과 순수, 현대인이 맞닥뜨린 고독을 시각화한 존재”로 알려져 왔다. 작가 개인의 유년시절과 전후 일본의 하위문화를 뭉뚱그린 ‘시대의 초상화’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 아이를 통해 “나약해 보이지만 굴복하지 않는 자아를 투영했다”고 말해왔더랬다.

요시토모의 작품이 그간 국내 미술품 경매에 남긴 최고 낙찰가는 5억 1000만원이다. 세라믹 작품인 ‘무제’(2007, 125×8.5㎝)가 2021년 6월 서울옥션에서 팔려나갔다. 이 작품과 비교하자면, 낮은 추정가로 147억원이란 작품가는 이전 낙찰가에 비해 29배나 높다. 너무 갑작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시장으로 봤을 땐 상황이 다르다. 요시토모의 작품이 세계 경매에 남긴 작가 최고가는 ‘등 뒤에 숨겨진 칼’(Knife Behind Back, 2000)이 낙찰되면서 쓴 1억 9569만 6000홍콩달러(현재 약 374억원)다. 2019년 10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이 작품으로 ‘아시아 생존작가 중 최고가 낙찰’이란 타이틀도 얻었더랬다.

요시토모 작품 한 점, 총 출품액 25% 넘겨

이번 경매에서 시선을 끄는 또 다른 작품은 역시 일본작가인 쿠사마 야요이(97)의 ‘호박(MBOK)’(2015, 130×160㎝)이다. 검은 그물망을 배경으로 펑퍼짐하게 놓인 노란 호박 연작 중 한 점으로 추정가는 95억∼150억원이다. 국내 경매시장에서 쿠사마의 호박 연작 중 최고가는 2022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64억 2000만원에 팔린 초록 ‘호박(OTRSSA)’(2014)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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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의 회화 ‘호박(MBOK)’(2015, 130×160㎝). 검은 그물망을 배경으로 펑퍼짐하게 놓인 노란 호박 연작 중 한 점으로 서울옥션 같은 경매에 출품한다. 추정가는 95억∼150억원(사진=서울옥션).


‘행복한 눈물’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서류가방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Attache Case, 1976, 127×152.2㎝)도 리스트에 올랐다. 작가가 1970년대에 집중한 사무실 사물·풍경 등을 어울린 정물화 중에서도 수작이다. 추정가는 60억∼80억원.

경매 중의 경매처럼 따로 묶어 ‘프리미엄 세션’으로 분류한 이들 초고가 작품들이 제대로 새 주인을 만난다면 국내 미술품 경매기록을 여럿 갈아치울 수 있다. 요시토모의 작품으로는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 낙찰가’를 바꿀 수 있고, 쿠사마의 작품으로는 ‘국내 경매 작가 최고가’를 다시 쓸 수 있다. 아울러 이미 올려둔 ‘국내 단일 경매 사상 최대 출품액’에 이어 ‘사상 최대 낙찰가’도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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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서류가방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Attache Case, 1976, 127×152.2㎝). 추정가는 60억∼80억원을 달고 31일 여는 서울옥션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 나선다(사진=서울옥션).


서울옥션이 작정하고 ‘칼을 간’ 듯한 이번 경매는 ‘아트바젤 홍콩 2026’(3.25∼29)을 겨냥했다. 경매는 서울에서 진행하지만 주요 작품의 프리뷰는 홍콩에 펼쳐놓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아트바젤 기간에 맞춰 요시토모, 쿠사마, 리히텐슈타인 등 프리미엄 작품들이 일찌감치 홍콩으로 날아간다. “오랜 시간 준비했다”는 서울옥션 한 관계자의 말에는 ‘최고 작품’을 선별해 때를 기다렸다는 의미가 녹아 있다. 그 ‘때’에는 3년여간 바닥을 찍어온 미술시장이 올해 들어 ‘꿈틀’하는 조짐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1월과 2월 메이저 경매에서 서울옥션은 낙찰률 70%를 넘기면서 낙찰총액 41억 4540만원, 44억 7890만원을 각각 써내는 등 ‘푸른 신호’를 비췄다.

서울옥션의 ‘작심’이 엿보이는 대목은 한군데 더 있다. 510억원도 모자라 “높은 추정가는 750억원”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한 거다. 이례적이다. 이제껏 서울옥션은 사전에 높은 추정가를 들먹인 적은 없으니 말이다. 으레 총 출품액 규모는 출품작들의 ‘낮은 추정가’를 합산하는, 보수적이지만 타당한 방식이었단 얘기다.

이례적으로 ‘높은 추정가’ 발표도

미술품 경매에서 추정가는 출품작의 가격을 가늠케 하는 수치를 말한다. 절대적인 의미는 없다. 그저 “이 장에 이 작품이 이 정도의 가격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리는, 경매회사와 응찰자가 정한 가이드라인이니까. 그런대로 낮은 추정가는 출품작의 호가를 개시케 하는 시작점이 되기도 하지만, 높은 추정가는 그 역할조차 없다. 경합이 붙어 그보다 높게 팔린다 해도 문제가 될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경매회사가 ‘높은 추정가’를 합산해 발표하는 까닭이 있다. 짐작대로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다. 정작 낙찰결과는 추정가에서 반토막 나버리는 경우가 수두룩해도 말이다. 그나마 서울옥션은 그간 낮은 추정가로 ‘장 규모’를 가늠케 했던 거다. 좀 더 현실적이고 객관적이었다고 할까. 그런데 이번엔 그 나름의 원칙까지 깨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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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의 회화 ‘빨간 옷을 입은 여인’(Le Femme en Rouge, 1956, 84×84.5㎝). 27일 여는 케이옥션 ‘3월 경매’에서 추정가 45억∼90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한편 케이옥션의 ‘3월 경매’도 여느 달보다 규모가 커졌다.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케이옥션 본사서 진행할 이번 경매에 출품작은 115점, 176억원어치다. 이날 경매를 가름할 대표작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회화 ‘빨간 옷을 입은 여인’(Le Femme en Rouge, 1956, 84×84.5㎝). 추정가는 45∼90억원이다. 샤갈의 작품으로 이제껏 국내 경매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거래된 ‘꽃다발’(1937)이다. 94억원에 팔리면서 현재 국내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 작품으로 등극해 있다.

쿠사마의 ‘못 보던’ 작품도 나선다. ‘수박과 포크’(Watermelon and Fork, 1989, 37.5×45㎝)다. 그물망을 배경으로 반달처럼 쪼개진 붉은 수박 아래 포크와 스푼이 명랑하게 놓인 이 작품은 시작가 12억원에 출발해 호가를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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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의 ‘수박과 포크’(Watermelon and Fork, 1989, 37.5×45㎝). 쿠사마의 ‘못 보던’ 작품이다. 그물망을 배경으로 반달처럼 쪼개진 붉은 수박 아래 포크와 스푼이 명랑하게 놓인 작품은 27일 여는 케이옥션 ‘3월 경매’에 나선다. 시작가 12억원(사진=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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