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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다 철사 삼킨 피해자 "가해자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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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은 대가가 2년간의 법적 공방
기업이 사고를 대하는 방식 알리고파
아시아경제

60계치킨 ‘철사 혼입’ 사건 피해자 A씨.


인천의 한 60계치킨 가맹점에서 포장해온 순살 치킨을 먹다 후인두벽(식도로 연결되는 목구멍 뒷벽)에 철사가 박히는 사고를 당한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어떤 심정인지 들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이물질 혼입 사고 이후 2년 동안 형사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 심정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용서를 비는 기분이다. 치킨 한 마리 사 먹은 대가가 2년간의 법적 공방과 수천만원의 소송비용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몸 안에 박혔던 철사는 제거했지만, 마음속에 박힌 불신과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 식품 사고의 피해자가 왜 범죄자처럼 취급받아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지 매일 밤 자문하고 있다.

-치킨을 삼키기 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나.
▲뼈가 있는 치킨이었다면 조심스럽게 발라 먹었겠지만 순살 치킨이었기 때문에 의심 없이 삼켰고, 그 믿음이 사고로 이어졌다. 치킨 조각 안쪽 깊숙이 박혀 있던 가는 철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씹는 과정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순간 이미 목으로 넘어가 버렸다. 삼키는 찰나에 '뼈인가?' 싶었을 때는 이미 철사가 목에 박힌 뒤였다.

-어떤 치료를 받았나.
▲단순히 철사를 뽑고 끝난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장기 손상이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긴박하게 치료를 이어갔다. 만약 열이 나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즉시 대형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고, 한 달 내내 가족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상태를 지켜봐야 했다. 사고 충격과 10살 아이가 먹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에 정신과 진료도 받아야 했다.

-본사 측은 1000만원이라는 합의금 액수가 과하다고 했다.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사고의 무게와 본사의 무책임에 대한 답변이었다. 내가 먼저 합의금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본사 직원들이 며칠에 걸쳐 집 앞까지 찾아와 여러 차례 '원하는 합의금이 얼마냐'고 집요하게 물어본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사고에 대해 대기업이 먼저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내 입만 바라보고 있기에, 내가 겪은 정신적 고통과 향후 치료, 그리고 이 사건의 엄중함을 담아 얘기한 금액이었다. 만약 본사가 금액이 과하다고 판단했다면, 성실하게 역제안을 하며 조율에 나섰어야 했는데 본사는 조율 대신 '소송과 고소'라는 칼을 빼 들었다. '결과적으로 나온 치료비'가 아니라, '발생할 뻔했던 치명적인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10살 아이가 그 철사를 삼켜 식도가 뚫렸다면, 그때도 본사는 치료비 몇십만원의 문제라고 치부했을 건지 묻고 싶다.

-왜 치킨을 판매한 가맹점이 아니라 본사에 책임을 물었나.
▲본사가 입으로는 가맹점과 '남남'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변호사를 대동해 비밀 녹취까지 하며 나를 소송의 덫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사고 다음날 본사 고객센터에 '본사 물건 문제인지, 가맹점 문제인지 확인해달라'고 문의했다. 만약 본사 책임이 없다면 '이 사안은 가맹점의 관리 영역이니 점주와 직접 소통해주십시오'라고 안내했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본사는 그 같은 안내 대신 직원들과 변호사를 세 차례나 보내 직접 수습에 나섰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소비자가 본사를 책임 주체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본사에서는 사과를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변호사가 동행한 3차 방문 당시, 내 발언을 몰래 녹취하고 그 자료를 민사소송의 증거로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변호사가 다녀간 지 불과 5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 소장을 접수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부터 해결이 아닌 '소송을 통한 입막음'을 계획했음을 확신했다.
심지어 본사는 사고 이후 홈페이지에 '이물 사고 시 본사 품질관리팀이 직접 확인한다'는 대응 매뉴얼까지 추가했다. 평소엔 본사가 다 관리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막상 사고가 터지면 법정에서 '독립 사업자라 상관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요식업계 프랜차이즈 사업과 관련해 어떤 부분들이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나.
▲본사가 원재료 공급권이라는 강력한 통제권은 휘두르면서, 정작 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프랜차이즈 계약을 보면 가맹점이 사용하는 닭고기 등 핵심 원재료는 본사로부터 반드시 사야 하는 '강제 구매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본사는 이렇게 물류를 독점하며 막대한 이익과 제품 통제권을 행사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가맹점 조리 과정의 문제'라며 독립 사업자 뒤로 숨어버린다. 물건을 강제로 팔 권한이 있다면, 그 물건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당연히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다.
소비자는 가맹점주 개인을 보고 치킨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믿고 산다. 본사가 브랜드 로열티와 물류 마진은 챙기면서, 사고 책임만 영세 가맹점에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법적 도피다. 식품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본사와 가맹점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또 본사가 자본력을 앞세워 피해자의 입을 막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만약 내가 돈을 노린 블랙 컨슈머였다면 경찰이 내가 올린 글에 대해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며 불송치 결정을 하고, 법원이 '철사가 치킨에 혼입됐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는 판결을 내렸겠는가. 나는 돈이 아니라 대기업이 사고를 대하는 그 '비겁한 방식'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치킨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어른들에게는 '치맥'으로 고단한 하루를 달래주는 국민 간식이다. 그런 국민 간식에서 날카로운 철사가 나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협이자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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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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