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이 상호간에 에너지 시설을 폭격하면서 이란 전쟁이 경제 전면전으로 확전하고 있다. 사진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가 불길에 휩싸여 있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이스라엘과 이란이 글로벌 경제의 동력인 에너지 시설 폭격으로 치명타를 주고 받으면서,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를 볼모로 쥔 ‘전면적 경제전(戰)’으로 확장됐다. 공격과 반격, 재반격의 간격이 하루도 안될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이 걸프국 에너지 시설로 전선을 확장하며 글로벌 경제·산업 타격이 확산하고 있다. 카타르를 시작으로 걸프 국가 내 주요 산업 시설에 대한 보복을 시작한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대상을 넓혀갔다. 이스라엘도 카스피해의 이란 해군을 처음으로 타격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급등에 당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2일 내로 두어 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18일(현지시간) 이란의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를 폭격한 뒤, 이란은 걸프 전역의 석유·가스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하고 카타르의 가스 시설부터 폭격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대해서도 에너지 시설 폭격을 경고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내 미사일을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도 카스피해의 이란 해군을 처음으로 타격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카타르 산업도시 라스라판서 미사일 공격…사우디도 “미사일 요격”=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이날 에너지 산업 중심지인 라스라판 산업도시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공격 직후 화재 진압을 위해 비상 대응팀이 즉시 투입됐으나, 이미 시설물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상태”라면서 “다행히 현재까지 보고된 인명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 북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라스라판은 국영 카타르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와 정유시설이 위치한 대규모 산업도시다. 이곳은 글로벌 LNG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LNG 생산·수출 거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국방부는 이날 저녁 석유 생산이 밀집한 동부주에서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요격했으며, 수도 리야드를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 4발도 함께 요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한 미사일은 이란의보복 공격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이날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와 직결된 이란 남서부 해안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전면적 경제전’으로 확대…공포에 떠는 세계 경제=이란의 핵심 산업 시설인 가스전을 노린 이스라엘의 공격에 ‘선을 넘었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전쟁을 ‘전면적인 경제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며, 그 파장은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게시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에너지 시설 피격 이후 ‘눈에는 눈’ 방식의 보복을 예고하면서 “새로운 단계의 대결이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번 폭격을 보도하면서 “전쟁의 방정식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전쟁의 추는 제한된 전투에서 ‘전면적 경제 전쟁’으로 옮겨졌다”고 해설했다. 이어 “오늘 밤부터 레드라인은 바뀌었다”며 “적이 이번 공격으로 이란이 물러서도록 압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전적으로 오산이다. 이란은 ‘보복’이라는 카드를 쥐게 됐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전 양상이 단기간에 그 여파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데 더 우려를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공격은 중동 전쟁의 중대한 격화를 의미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리스크 자문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에른 솔트베트 부국장은 이번 이란 가스전 공격으로 확산된 전쟁이 “즉각적이고 분명한 출구 없이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우드맥킨지의 유럽 가스·LNG 담당 책임자인 톰 마르제크-만서는 “라스라판의 LNG 생산 능력이 손상됐다면, 가스 수급 균형은 그만큼 더 빠듯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MST파이낸셜의 에너지 분석가 솔 카보닉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보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급 차질 영향은 수개월, 심지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피해 확신시 美도 부담…“美경제 100달러 유가 감당 못할 것”=유가 상승에 더해 LNG 등 에너지 공급 차질까지 발생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미국 노동통계국(BLS) 국장으로 지명됐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J 안토니는 미 경제가 이란전으로 인한 고유가를 감당할 만큼 강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안토니는 FT에 “미국 경제가 배럴당 100달러 유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전혀 아니다”며 “높은 에너지 가격이 경제 전반에 인플레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확전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을 한층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 내 디젤 가격은 이미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지지율을 깎아먹었던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 처음이다”고 짚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듯 이날 미시간주 오번 힐스에 있는 EDSI케이블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승하는 유가 문제를 다루기 위해 “두어 가지 것들(조치들)”을 “24∼48시간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