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CG). 연합뉴스 |
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하는 경우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한 ‘8주룰’이 시행을 보름 앞두고 연기된다. 고령자와 임산부·어린이 등이 8주 넘겨 치료를 받더라도 별도 심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가로 담기 위해서다. 유명무실하던 ‘위자료’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무 보험인 자동차보험 제도를 바꿀 때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8일 “구체적인 심사 기준 마련과 시스템 정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 당초 4월1일로 예정된 시행일을 늦춰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시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금융감독원이 4월 1일 시행하기로 한 ‘8주룰’은 자동차 사고 경상 환자 대책으로, 상해 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희망하면 진단서 등을 제출해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과잉 진료를 받는 ‘나이롱 환자’ 급증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주로 관절과 근육의 염좌(삠)나 긴장 등 증상을 보이는 경상 환자 수는 2015년 152만115명에서 2024년 159만6792명으로 5% 증가했으나 보험금은 같은 기간 1조7494억6900만원에서 3조3053억5900만원으로 88.9% 급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금융감독원의 ‘경상 환자 대책의 기대효과 및 소비자피해 방지 방안’을 보면, 당국은 ‘8주룰’ 시행으로 약 3% 수준의 자동차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소비자가 정당하게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가 보완책 마련을 위해 시행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은 우선, 고령자와 임산부, 어린이 등 후유증 위험이 높은 자동차 사고 환자는 8주를 넘겨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별도 심사를 하지 않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논의할 예정이다. 환자 특성에 맞는 예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한 ‘위자료’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자동차보험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경상 환자의 경우 합의금 명목인 향후 치료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바 있다. 금감원은 대신 위자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에 대해 외부 연구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토부와 실무적으로 필요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위자료 현실화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상 환자 위자료는 2006년 4월 이후 15만원를 유지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주요국 자동차보험 부상 위자료 현황과 시사점’에서 “우리나라 경상 환자의 비현실적인 위자료가 지속된 원인은 향후 치료비가 위자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치료비 제도 개선으로 부상 보험금의 현실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도 앞서 1월 논평에서 “향후 치료비 제한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위자료 산정 기준과 수준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의원은 “자동차보험 관련 제도 개선은 사고 피해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데도 제도 시행이 임박해 권리 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추진하겠다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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