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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T+2일' 결제일·공매도 거론한 李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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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 주재
시행령·지침 통한 개혁 주문
지배구조·지정학 리스크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4대 원인 진단
"큰 돌 다음은 자갈"…신뢰 회복엔 '디테일' 강조
당국, 코스닥 2부 리그·저PBR 공개·중복상장 제한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던진 메시지의 핵심은 거창한 구호보다 당장 손댈 수 있는 제도부터 빨리 고치자는 데 있다. 일선 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한 결과를 토대로 시행령이나 지침 등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부터 신속하게 추진해 자본시장 정상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현행 주식 매각 대금 'T(매매거래일)+2일' 결제 제도를 두고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냐"라고 물었고, 공매도 제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제도 자체는 필요하지만 악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소하다고 평가되는 일선의 문제들은 시행령이나 지침으로 신속하게 바꾸면 거대한 입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주식 매도 후 계좌로 투자금이 입금되는 결제 제도에 대한 지적이었다. 국내 주식 결제는 매매 체결 시점부터 결제 시점까지 이틀이 걸린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판 돈을 당장 출금할 수 없고 매도한 당일부터 2영업일 뒤인 3거래일째 계좌로 주식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T+2일' 결제 제도를 문제 삼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대금 지급 기간을 'T+1'일로 단축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은 지난해 'T+1일'로 하루 단축했으며, 유럽 역시 2027년 10월부터 'T+1일'로의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늦지 않게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질문이 실제 제도 변경 논의를 앞당기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공매도 제도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개선해야 할 부분 중 하나로 공매도 제도를 예로 들면서 제도 자체는 필요할 수 있지만, 악용을 어떻게 막을지가 문제라고 짚었다. 해외의 모범 사례와 비교해 한국 제도가 합리적인지, 무엇이 부족한지 따져 손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韓증시 디스카운트 '4대 요인' 조목조목 분석…"지정학적 리스크는 상당히 과장"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배구조 문제, 시장 불공정성, 정책 예측 가능성 부족, 지정학적 리스크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단순한 저평가 현상이 아니라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불안하게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주식인데 똑같은 회사인데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는 이유로 할인받는 일이 수십 년간 계속됐다"고 한 뒤, 그 배경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우선 이 대통령은 한국의 특이한 재벌 구조에서 계속 파생된 지배구조 문제와 지배경영권의 남용을 첫손에 꼽으며 "알토란 주식을 샀는데 어느 날 보니까 알맹이는 쏙 빠지고 껍데기만 남더라"라는 식의 불신이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고 했다.

이어 시장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을 들며 이 대통령은 "아주 대놓고 주가 조작을 해도 흐지부지돼 버리거나 원상복구도 어렵게" 되는 현실을 거론했다. 불공정거래가 적발돼도 처벌과 환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그 과정에서 회사 자체가 망가지거나 투자자가 피해를 떠안는 일이 반복되면서 불안해서 투자하기가 망설여지는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책 방향과 예측 가능성의 부족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정책의 방향이 뭐냐,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어디에 중점이 있냐"가 뚜렷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정부가 어느 산업을 키우고 어떤 규칙을 유지할지 가늠하기 어렵고, 결국 장기자금을 넣기보다 관망하게 된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치적 증폭도 할인요인으로 꼽았다.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생긴 불안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필요 이상으로 긴장과 불확실성이 커졌고, 종종 군사적 긴장과 충돌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시장 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휴전선에서 말 폭탄이 오가다 총격까지 발생하니 '저 나라 또 전쟁 나는 것 아닐까'라고 걱정을 하게 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큰 돌' 다음은 '자갈'" 세부 개혁 속도 주문…신뢰 회복엔 '디테일'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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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자본시장 개혁을 "큰 돌 몇 개를 집어낸 단계"로 규정했다. 상법 개정이나 주가조작 엄단 같은 굵직한 개혁에 이어 이제는 거래 관행과 시장 규칙의 빈틈까지 메워야 진짜 옥토가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큰 돌을 집어내는 데에만 최적화돼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믿음을 제고하는 데에는 '디테일'이 사실 중요하다"며 "현장에 계신 분들로부터 일상적으로 제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입법을 통한 개혁은 정말 어렵다. 야당도 반대하고 언론이나 기업도 반발하는데, 당장 불편하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기업이 망한다거나, 외국 자본이 탈출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믿던 사람들이 지금은 '바꾸니까 훨씬 낫네'라고 했다"며 "수술받기 싫어 버티다가 수술하고 나면 건강해지니까 '수술 잘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개혁도 똑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큰 입법은 어려운 반면 사소한 문제를 신속하게 많이 바꾸면 거대한 입법 개혁과 다르지 않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계 부처 관계자를 향해서도 "정부에서 부족한 것이 딱 이런 것"이라며 "큰 문제는 용기와 결단의 문제지만, 작다고 생각되는 것을 개선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가 종료된 뒤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한민국의 가장 큰 과제는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라며 "자산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된 현실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과감히 구조를 바꿔야 할 때"라고 썼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정부의 목표는 국민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기업은 혁신을 통해 성장하며 성과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립하면 이는 분명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 코스닥 2부 리그·低 PBR주 리스트 공개·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추진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대통령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리스트 공개, 중복상장 원칙적 제한, 코스닥 2개 리그 개편, 주가조작 대응 강화 등을 자본시장 체질개선의 핵심 과제로 내놨다. 모회사 일반주주를 해치는 중복상장을 예외적 경우만 허용하고, 저평가 기업을 공개해 기업가치 제고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코스닥은 성숙 기업과 성장 기업을 구분하는 구조로 재편해 시장의 역동성과 신뢰를 함께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처방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확대하고, 신고포상금은 부당이득과 몰수금의 최대 30%까지 늘리며,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해서는 투자원금 몰수 근거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참석한 개그맨 장동민씨는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경향이 많다"며 정부와 전문가가 시장의 방향에 대한 "믿음의 영역"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리서치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제도권을 앞서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보 제공 책임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코스닥에 남는 것이 유리한 정체성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세컨더리 펀드' 강화를 제안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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