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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떨어지면 돈 번다”… 1조원 몰린 ‘이란 전쟁 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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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5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건물들이 파괴돼 있다. /AP 연합뉴스


과거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 자본 시장의 대응은 방위산업체 주식을 매입하거나 금과 석유 등 안전 자산으로 피신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예측 시장이 부상하며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언제, 어디에 미사일이 떨어지는가” “어느 국가의 지도자가 실각하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비극 자체에 직접 자본을 베팅하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시장이 등장한 것이다.

18일 기준 글로벌 예측 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시(Kalshi)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양상을 놓고 거래된 누적 거래 대금은 최소 7억달러(약 1조500억원)를 돌파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 간 전면전이라는 현실의 참혹한 위기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초대형 ‘전쟁 카지노’로 변모한 셈이다.

이 거대한 도박판은 전쟁의 양상을 파편화하여 수십 개의 정교한 베팅 항목으로 쪼개진다. 참여자들은 올해 연말(12월 31일) 기준 ‘미군이 이란 본토에 진입할 확률’을 약 66%로 점치면서도, 6월 말 이전 단기 휴전(US & Iran cease-fire)이 성사될 확률은 55%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암살 이후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 자체의 붕괴 여부를 묻는 베팅이 활발한 가운데, 구체적으로 ‘3월 31일 이전 체제 붕괴 여부(4%)’, ‘6월 30일 이전 붕괴 여부(29%)’ 등 시기별 확률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모즈타바 하메네이 신임 최고지도자의 행방을 둘러싼 베팅도 진행 중이다. 폭격 이후 종적을 감춘 그가 언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를 두고 폴리마켓에서는 ‘4월 30일 이전’ 기준 35%, ‘3월 31일 이전’ 기준 21% 수준의 확률이 형성돼 있다. 반면 칼시에서는 체제 붕괴 이후 미국 정부가 전 이란 황태자인 레자 팔라비를 공식 지도자로 인정할 것인가를 두고 약 65만달러(약 10억원)가 예치되며 27%의 찬성 확률을 보였다.

당장의 전황을 묻는 ‘이란의 이스라엘 군사 행동(3월 19일 기준)’ 계약은 91%라는 높은 확률로 약 13만달러(약 2억원) 규모가 거래됐으며, 대리전 양상을 묻는 ‘후티 반군의 이스라엘 타격’ 관련 계약에도 약 100만달러(약 15억원) 수준의 자금이 걸려 있다. 나아가 원유 수송의 뇌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정상화 확률(4월 말 기준)이 24%로 거래되고 있으며, 칼시의 ‘미·이란 핵 합의 8월 이전 재개(24%)’, 폴리마켓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월 이전 이란 군사 작전 종료 선언 여부(74%)’ 등 전쟁의 모든 경우의 수가 베팅 대상으로 환산되고 있다.

문제는 1조원 규모의 판돈이 얽히면서, 예측 시장이 비윤리적인 ‘죽음의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300만달러(약 345억원)가 걸린 이스라엘 본토 타격 베팅의 향방이 “예루살렘 외곽 공터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는 한 이스라엘 기자의 단신 보도에 의해 결정될 상황에 놓이자, 돈을 잃게 된 참가자들이 기자에게 “90분 안에 기사 내용의 미사일을 요격된 파편으로 바꾸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단체 협박을 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내부자 거래 의심 사례도 포착됐다. 5억2900만달러(약 7935억원)가 몰린 미군 공습 타이밍 베팅에서, 미군과 이스라엘의 실제 폭격 보도가 시작되기 불과 1시간 전 거액을 쏟아부어 수십만 달러를 챙겨간 다수의 익명 계정이 적발된 것이다. 군사 작전 일정을 사전에 인지한 트럼프 행정부 정보 당국 또는 군 내부자의 거래라는 의혹이 짙어지자, 미국 의회는 예측 시장 규제를 골자로 한 법안(BETS OFF Act) 발의에 나섰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 금융권과 안보 전문가들은 이 도박장을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정보기관’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실제 자본이 투입되어 산출된 배당률(확률)이, 기존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전문가 집단의 주관적인 분석보다 훨씬 냉정하고 정확한 선행 지표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실제 외신에 따르면 뉴욕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과 미 국방부의 정보 분석가들은 폴리마켓과 칼시의 배당률 변동을 실시간 지정학적 위험 지수로 인용해 전략을 수정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흐름이 가장 정확하다”는 자본주의의 격언이 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 환경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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