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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비협조·측근은 “전쟁 반대 사의”… 트럼프 리더십 위태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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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C 국장 “양심상 지지 안 해”
행정부 고위 당국자 첫 반발 나와
마가 등 지지 진영 내 분열 양상
궁지 몰린 트럼프 韓 압박 가능성
주한미군 감축·방위비 인상 요구
핵잠 도입·우라늄 농축 등도 영향
전문가 “원칙 갖고 신중히 움직여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앞서 전 세계 주요 원유 수출길인 호르무즈해협을 오가는 상선을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호위하자면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압박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 이외에 나서는 나라가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당국자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사의를 밝혀 분열도 드러냈다.

세계일보

격노한 트럼프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동맹국들의 비협조는 “실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저렇게 화난 트럼프 본 적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에 대해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이후 7개국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나라는 없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은 공개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혔고 한국과 일본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 해군마저도 호르무즈해협에 진입해서 상선 호위 활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군사력이 떨어지는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이란의 기뢰 부설로 안전을 담보하기 힘든, 이른바 ‘살상 구역’에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자국 군인의 인명 피해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란 전쟁에 동맹을 끌어들여 미국의 부담을 줄여 보려던 구상이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측근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은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응하지 않는 유럽 동맹국을 비난하며 “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저렇게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

17일(현지시간) “양심상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퇴한 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전 국장이 2025년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는 모습. 워싱턴=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양심상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는 사임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란 전쟁에 반대해 직을 내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켄트 국장은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는 다음 세대를 미국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미국인의 생명에 대한 가치를 정당화할 수 없는 전쟁에서 싸우게 하고 죽게 하는 걸 지지할 수 없다”며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켄트 국장의 사의 표명은 트럼프 대통령 진영 내부의 분열을 보여주는 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켄트 국장은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의 음모론과 발을 맞춰왔다. 마가 내부에서도 상당한 전비와 인명 희생 위험을 수반한 대이란 군사작전 개시가 과연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관세 등 압박 지렛대 되나

대내외적인 악재를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파병 요청을 거듭하면서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면, 한국에도 여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주한미군 전력의 감축 등을 비롯한 군사적 수단,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연료봉 재처리 권한 확대, 방위비 인상 등이 압박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안보 분야 협의가 양국 실무진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우리 측 실무진이 지난 12일 미국을 방문해 미 국무부, 에너지부 등의 당국자와 만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서 협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관세도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과의 무역 협상뿐 아니라 외교나 안보 등 다른 분야에서도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2일(현지시각) 과잉생산 등을 지적하며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상대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일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공급망안전위원회,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미국 정부의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에 대해 “이미 합의한 양국 간의 이익균형을 유지하고,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도 불리하지 않은 결과가 도출되도록 정부가 합동으로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번 조사 이후에도 한·미 간 합의의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하고, 과잉생산·강제노동 등 조사 분야별로 범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이 현실화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원칙을 갖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주한미군 감축은 의회 승인 등의 절차가 필요한 사안으로 단기간 내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관세처럼 즉각적인 경제 압박은 현재 구조상 활용하기 어렵다”며 “한국 입장에선 전략적 신중함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일시적으로 관세를 올릴 수는 있으나, 결국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수용할 경우 추가 압박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끌려가기보다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균·박수찬·김태욱 기자, 세종=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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