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우리가 하기에 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 프리미엄도 가능하다”면서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접근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의 동참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자본시장 정상화가 단순히 주가를 끌어올리는 차원이 아닌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핵심 과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똑같은 주식, 똑같은 회사인데 한국에 상장돼 있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계속 할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배구조 문제와 시장의 불투명성·불공정성, 정책의 예측 가능성 결여, 지정학적 리스크 등 디스카운트 4대 요인을 조목조목 짚으며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추격자의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 선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며 “다른 나라가 한국 자본시장을 추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출발점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한국 시장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가조작하면 원금까지 몰수하는 것을 실행할 것”이라며 “(신고한 사람은) 총액 제한 없이 30%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직접 가담한 사람도 신고하거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면 포상하고 처벌을 감면해주겠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패가망신’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좋은 상품이 필요하다는 점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밖에 안 되는 (종목을) 사 모아서 청산하는 게 두 배 정도 남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썩은 물건과 제대로 된 물건이 섞여 있으면 그 가게는 가기 싫게 된다”며 부실 기업 퇴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중복 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상장돼 거래하고 있는데 일부를 떼서 또 상품을 만드는 중복 상장도 문제”라며 “거래 시스템을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 대통령은 “박용진 규제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이 저한테 메시지를 보냈던데 ‘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모레 주냐’고 하더라”며 “필요하면 조정하는 등 의제 중 하나로 검토하면 어떨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제적 동향을 잘 파악해 절대 늦지 않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청산·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거래소는 주식 거래 후 이틀 뒤에 대금이 정산되는 ‘T(거래일)+2’ 결제 시스템을 ‘T+1’로 단축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결제 시스템을 기존 ‘T+2’에서 ‘T+1’로 하루 단축했고 유럽도 내년 10월부터 ‘T+1’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는데, 우리 국방비 지출 규모는 북한의 1.4배를 넘는 세계적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결여됐던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고,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정치권이 부당하게 악용하면서 불필요하게 긴장감이나 불안함을 증폭시킨 측면도 있다. 이 문제는 조금만 노력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디스카운트 요소들을 일소하고 있다는 점을 자신하면서도 최근 크게 높아진 주가의 변동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최근 전쟁 때문에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데 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가) 조정 없이 6000대 중반대까지 가서 불안한 느낌이 있었지만 하나의 계기로 다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시장 참여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디테일’한 의견을 물으며 “이제 큰 돌 몇 개는 집어냈다. 진짜 옥토가 되려면 중간 돌, 자갈도 집어내야 한다”며 “정부가 큰 돌을 집어내는 데는 최적화돼 있지만 자본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더 나아지려면 일상적인 제안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정부의 자본시장 개선 정책과 관련해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근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저PBR 기업이 모두 부실한 것은 아니며 업황과 성장성 둔화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PBR을 0.8배에 고정하면 과세 부담으로 PBR 2.0배인 기업이 0.8배로 낮출 유인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세법 개정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당이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에 대해 상속·증여세 부과 시 비상장주식처럼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선으로 과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대통령은 공매도 제도를 예로 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합리적인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 점검해 고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시장을 개선하고 국민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 통로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제안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어 “입법이 필요한 사안도 있지만 시행령이나 규칙, 지침, 단순 지시 사항으로 즉시 가능한 것은 바로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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