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과 유사한 2026년, 사모신용발 경고음]⑥
/AFPBBNews=뉴스1 |
#2008년 9월 15일.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다. 6390억 달러의 자산과 부채 6190억 달러를 떠안은 역대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500포인트 넘게 추락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큰 폭락이었다.
이 거대한 위기는 1년 전 유럽에서 이미 예고됐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투자은행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중단한 2007년 8월 9일을 금융위기의 시작점으로 본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 부동산시장이 영원히 오를 거란 믿음 속에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마구잡이로 모기지를 내준 데서 비롯됐다. 월가 금융기관들은 당시 이들의 부실채권을 모아 만든 복잡한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위험은 복잡한 구조 속에 숨겨졌다. 그러나 결국 부동산 부실 대출은 신용 붕괴로 이어지며 전체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졌다.
최근 월가는 19년 만에 다시 폭풍전야와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금융시장 위기는 매번 다르지만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블루아울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은 빗발치는 환매 요청을 견디지 못하고 자사 사모신용 펀드에서 잇달아 자금 인출 제한했다. 2007년 BNP파리바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사모신용 펀드가 인출을 제한하는 이유도 2007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 가치가 떨어졌을 때 급하게 자산을 팔면 헐값에 넘겨야 하는 데다 다른 자산의 투매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애초에 자산이 장기 대출 형태로 묶여 있어 쉽게 팔리지도 않는 구조다. 특히 사모신용 자산은 비상장 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투명한 가치 평가가 어렵다. 시장 심리가 악화할 때 정확한 가치 평가가 어려우면 시장은 더 비관적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단 외부 환경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상기시킨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140달러까지 두 배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웠다. 최근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역시 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세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65%에 이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이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안 그래도 불안한 사모신용 시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금융위기 가능성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사모신용 시장이 전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만큼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뿌리가 된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은 2007년 약 7조2000억달러로 당시 전 세계 증권의 약 5%를 차지했다. 반면 현재 사모신용 시장 규모는 약 2조달러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사모신용 펀드는 분기별 환매를 순자산의 5%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은 사모신용 펀드들이 환매 요구에 응하기 위해 대출 채권을 대량으로 헐값 매각해 연쇄 도산에 빠지는 상황을 일정 정도 막아준다.
그러나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마찬가지로 사모신용 역시 전통적인 은행 대출에 비해 규제가 느슨하다. 때문에 시장의 실제 파급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부도율도 상승하고 있다.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사모대출 부도율이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여기에 소프트웨어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안정적 구독료 사업 모델을 내세워 사모대출 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투자처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사업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로이터는 사모신용이 제기하는 위험은 전반적으로 하방으로 치우쳐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신용 시장의 붕괴가 표면화되진 않았지만 이상징후는 뚜렷하단 지적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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