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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압박 실패·내부 균열…복잡해진 트럼프 ‘이란 출구전략’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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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캐나다·폴란드 등 파병 반대
美대테러 수장 “전쟁 지지 못해” 사의
전쟁 개시 첫 美고위당국자 자진사퇴
측근도 “종전 주도권은 이란에” 우려
지지층 “이스라엘 퍼스트” 비판 고조
헤럴드경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 18일째인 17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라크군은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 조직들이 미국 대사관을 다시 공격했다고 밝혔다. [AFP]



“우리는 이란의 군대를 초토화했다. 이런 군사적 성공을 거뒀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중략)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 합중국의 대통령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글에서는 동맹 압박 카드가 통하지 않았다는 분노와 좌절감, 끝까지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은 사실상 지원 요청을 외면했고, 내부에서는 대테러 수장이 이란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하며 균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이란과의 전쟁이지만,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뚜렷하다.

전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고안한 안은 동맹들을 동원해 상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SNS에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직접 거론하며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16일에는 한국, 일본,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언급하며, 미국이 안보 확충에 도움을 줬으니 군함 파견으로 ‘보은’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었다.

그러나 동맹국 대부분이 이에 난색을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7일 오후 주재한 국방·안보회의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국은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캐나다와 폴란드도 파병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원인은 해군 함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전쟁 때문”이라며 “누군가 이 지역에 불을 질러놓곤 이젠 전 세계에 불 끄는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뚫을 묘수로 고안한 동맹 압박 카드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던 상호 관세 등 보복 수단이 상당히 힘이 빠진 데다, 동맹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으킨 전쟁에 동맹을 동원하려 한다는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들의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 으름장을 놨지만, 동맹들은 “우리 전쟁이 아니다”(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라는 답을 내놨다. 보통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들을 압박하기 위해 썼던 상호관세 카드는 지난달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힘을 상당 부분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지원사격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 동력까지 상실하게 됐다. 미국의 대(對) 테러기관 수장이 이번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SNS에 “나는 양심상 이란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강력한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는 게시글을 올리며 사임을 알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 중 이란 전쟁에 반대해 직을 내던진 첫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공개 사임에 대해 “나는 항상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안보에 있어 매우 취약하다고 항상 생각했다”며 그가 나간 것이 다행이라며 애써 파장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테러 정책 수장이 전쟁에 반대하면서, 이번 전쟁을 대 테러전으로 규정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켄트 국장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연임 실패를 음모론으로 몰고 가고, 노골적인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여온 인물이었다. 골수 트럼프 지지자가 이번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기존에도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 세력 내부에서 나왔던 전쟁 회의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여러모로 이란 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출구 전략은 묘연해지는 국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군사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되면, 이란의 ‘무조건 항복’ 여부와 상관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종전의 열쇠를 자신이 쥐고 있다는 게 트럼프의 일관된 메시지였다. 이날도 아일랜드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종전 시점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직 철수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철수할 것”이라고 장기전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러나 외부의 관측은 이와 다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중 일부는 종전 시점과 방식을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백악관의 한 인사는 “우리는 전장에서 이란을 분명히 박살냈지만 지금은 이란이 상당 부분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서 “그들이 우리가 얼마나 오래 (전쟁에) 관여할지, 우리가 지상군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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