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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트럼프, 동맹 거부에 '각자도생' 안보 질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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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는 일방통행로 아냐"…트럼프, 나토·한·일 향해 '동맹 무용론' 직격
"우리의 전쟁 아닌 미국 시작 전쟁"…유럽·아시아 동맹 동시 거부
중국까지 손 내민 '블랙스완', 장기전·유가 충격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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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진행된 성 패트릭의 날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 잎 클로버가 담긴 화분을 전달하고 있다./AP·연합



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호를 위한 군함 파견 요청을 거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을 향해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군사적 성공으로 이란 정권을 사실상 궤멸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이번 전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시작된 사실상의 '미국의 전쟁'이라는 인식 아래 참전을 거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불참을 "매우 어리석은 실수"라고 규정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규합(recruit) 시도를 접고 동맹국들을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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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025년 8월 1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EPA·연합



◇ "우리는 보호, 그들은 외면"...트럼프, 나토·한·일 향해 분노의 '무용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대부분의 나토 동맹국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를 향해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지만, 그들은 필요할 때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방통행로(one way street)"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 군대를 사실상 궤멸시켰다"며 "해군과 공군, 방공망과 레이더가 사라졌고 지도부도 거의 모든 수준에서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일본·호주·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도 나토의 거부를 "매우 어리석은 실수"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그들이 필요 없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는 취지로 동맹국들의 불참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유럽 동맹의 호르무즈 해협 지원 거부와 관련해 "살면서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에까지 군함 파견을 요청한 상황을, 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인 지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경쟁국의 도움까지 구하는 예상 밖의 이례적 장면, '블랙스완 모먼트(Black swan moment)'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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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인도 선박 '난다 데비호'가 17일(현지시간) 인도 구자라트주 잠나가르 지역의 바디나르 항구에 도착해 있다. 이 선박은 이란 정권의 허용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바디나르 항구에 도착했다./AFP·연합



◇ "명분도 실익도 없다"…유럽·아시아가 'No'라고 말하는 이유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의 요청을 외면하는 배경에는 '유럽은 미국이 해운을 보호하는 것을 도왔으나, 호르무즈 해협은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과 아시아 파트너들이 소수의 군함으로는 이란의 기뢰·드론·고속정·잠수함 위협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휴전 없이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블룸버그 보도를 종합하면, 동맹국들의 거부 배경에는 사전 협의 부재, 나토의 방어 동맹 원칙, 인명 피해 리스크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에 동맹이 자동으로 동참할 의무는 없고, 이란의 기뢰와 미사일 위협 속에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병목 지점(lethal chokepoint)'이 된 해협에 자국 군인을 보내는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직접 거론했지만, 미국의 요청에 곧바로 호응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FT는 중국이 호르무즈를 통한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음에도, 미국의 실수에 개입하기보다 '관망자(onlooker)'로 남아 있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스스로 시작한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동맹과 경쟁국 모두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순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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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렌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 본토와 분리된 케슘 섬 모습으로 2023년 12월 10일 찍은 항공 사진./로이터·연합



◇ 美, 걸프 국가까지 참전 압박…제한적 공조, 전면 개입 선 긋기

동맹국들의 외면 속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국가들까지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이 걸프 국가들에 참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걸프 아랍 국가들은 당초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란이 공항과 항만·석유 시설·상업 거점을 공격한 이후 이를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도에서 멈추지 말고 이란의 군사 역량을 확실히 약화시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아시아 동맹국과 달리 걸프 국가들이 더 직접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일정 수준의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즉각적인 군사 개입 의지라기보다,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의 입장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의 태도는 '즉각 참전'보다는 제한적이고 신중한 공조에 무게가 실려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UAE는 분쟁이나 확전에 끌려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도, 자국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UAE가 국제 안보 공조에 동참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미국이 기대하는 전면적 군사 참여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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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주유소에 갤런(3.785ℓ)당 휘발유·디젤 가격이 표시돼 있다./AFP·연합



◇ '이란의 조건'에 묶인 호르무즈…휴전 없이 재개방 없다

현재로서는 이란 전쟁의 휴전 없이는 호르무즈 재개방이 어려워 보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이란의 간헐적인 공격과 기뢰 위협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극소수로 줄었고, 일부 선박만 이란 연안을 바짝 붙어 이동하고 있어 사실상 테헤란이 통항 조건을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고 보도했다. 설령 다국적 호위 체제가 꾸려지더라도 정상적 상업 통항을 곧바로 회복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쟁 시작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약 40% 급등해 한때 배럴당 105달러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현재의 피해 복구에만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보다 '영구적인 피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함정에 빠졌으며 이제 장기전을 염두에 둔 사고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 거부와 미국 단독 행동의 정당화가 맞물리면서,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뿐 아니라 기존 안보 질서의 균열과 '트럼프식 각자도생'의 현실화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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