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IS(국가통계포털)의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매년 2000명 이상의 신규 뇌종양 환자가 발생한다. 이는 악성 종양만을 집계한 수치로 양성 종양까지 포함할 경우 진료 규모는 훨씬 커진다. 양성 종양이라 하더라도 발생 부위에 따라 시야 장애, 안면 감각 이상, 호르몬 이상, 마비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뇌종양은 아이들도 위협한다. 소아암 중에는 백혈병 다음으로 흔한 암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110건 이상 발생했으며 이는 전체 소아암의 약 12.3%를 차지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뇌종양센터는 2025년 기준 뇌종양 방사선 수술 포함 누적 1500례를 돌파하며 이 분야에서 견고한 진료 역량을 입증해 오고 있다. 소아와 성인을 아우르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신경외과를 중심으로 11개 진료과 26명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최소침습 뇌내시경 수술과 감마나이프, 하이퍼아크 등 첨단 치료 기법을 도입해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정밀 치료 역량도 갖추고 있다. 매년 200여 건의 수술을 시행하며 고난도 병변에 대한 임상 경험을 축적, 수준 높은 뇌종양 치료 체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질환별 전문 클리닉… 환자 맞춤형 치료 해법 제시
뇌종양센터는 종양의 위치와 특성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질환군별 전문 클리닉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김상대 신경외과 교수(센터장)는 “신경외과,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내분비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각 클리닉의 관련 진료과가 참여해 환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치료 계획을 통합적으로 설계한다”며 “수술 여부와 시기, 방사선 수술 적용 가능성, 약물·항암 치료 병행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의료진들 간의 합의와 환자의 의사를 반영해 최종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첨단 장비와 기술을 적극 도입해 수술의 정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뇌수술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실시간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병변의 위치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형광 유도 종양 식별 기술은 종양 조직만 선택적으로 형광 반응하도록 해, 병변과 정상 조직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여기에 현미경 기반 미세수술 기법을 더해 밀리미터 단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교한 절제가 가능해진다.
김상대(오른쪽에서 두번째) 고려대 안산병원 뇌종양센터장이 뇌종양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사진= 고려대의료원) |
다학제 협진으로 완성하는 최소침습 뇌내시경 수술
뇌종양 치료의 근간은 여전히 수술이다. 다만 많은 환자들은 뇌종양 수술이라고 하면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을 먼저 떠올리며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 실제로 과거에는 광범위한 절개와 장시간 수술이 일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뇌 수술은 최소침습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뇌내시경 수술이다. 뇌종양센터에서는 주로 콧속으로 내시경과 미세수술기구를 넣어 접근하는 방식으로 뇌종양을 제거한다. 두개골을 절개할 필요가 없어 흉터도 남지 않고 기존의 개두술에 비해 회복 속도도 빨라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뇌내시경 수술은 주로 두개저종양 치료에 활용된다. 두개저종양은 두개골의 밑바닥 쪽에 발생한 종양들을 통칭하는데 뇌하수체 종양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병변에 도달하기 위해 두개골을 열고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접근하는 개두술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 뇌조직을 지나야 해 수술 시야가 제한적이고 정상 뇌혈관이나 신경 손상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뇌내시경 수술은 코를 통해 아래쪽에서 병변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특히 뇌하수체는 코 바로 뒤쪽, 뇌의 중앙에 위치한 1.5㎝ 크기의 기관으로 해부학적 특성상 비강을 통한 접근이 가능하다. 이후 확대된 내시경 영상으로 종양을 직접 확인하며 제거할 수 있어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 다만 뇌하수체 위쪽에는 시신경이, 양옆에는 주요 뇌혈관과 안구 운동 신경이 밀집해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이다.
감마나이프 기술로 수술실 밖에서도 뇌종양 제거
이제는 수술실 밖에서도 뇌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시대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전신마취 없이도 종양만을 정밀하게 조준해 수술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은 종양에 정확한 좌표를 설정하는 ‘정위’(定位)의 과정을 거친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전산화단층촬영(CT) 등 3차원 영상을 기반으로 종양의 위치를 분석한 뒤 이를 좌표로 변환하고 수백 개의 감마선을 한 지점에 집중시켜 병변에 고용량 방사선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종양에는 충분한 치료 선량을 조사하면서도 정상 뇌조직에 대한 방사선 노출은 최소화한다. 이름은 ‘나이프’지만 실제로는 절개 없이 시행되는 정밀 치료다. 감마선을 쪼이는 동안은 엑스레이를 찍을 때와 마찬가지로 통증도 없다.
김명지 신경외과 교수는 “종양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 인접한 시신경·뇌혈관 등 주요 구조물과의 거리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에 따라 치료 효과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며 “㎜ 단위의 오차가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영상 판독 경험과 방사선 수술 계획 수립에 대한 숙련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