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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는 암환자 없도록…“담도암 치료 접근성 개선 필요”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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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총장
담도암 환자 40~50%, 수술 불가한 ‘진행성 단계’서 진단
3상까지 거친 ‘이보시데닙’ 급여 하세월
“환자 수 적을수록 정책적으로 세심히 살펴봐야”
쿠키뉴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총장이 서울 여의도 협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담도암(담관암)처럼 환자가 적고 상태가 위급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소외암 환자들이 있다. 이분들도 동등하게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금 더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협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5년 12월 백혈병 환우들이 자조 모임을 결성하면서 시작된 혈액암협회는 암환자와 가족들이 암 치료 과정에서 겪는 의료적·경제적·정서적 어려움을 완화하고, 환자가 치료 이후에도 일상과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담도암과 관련해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과 ‘세계 담도암의 날’ 기념 환자 수기 공모전을 통해 환자들이 직접 겪는 치료 공백과 미충족 의료 수요를 조명하고 있다.

담도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운반하는 통로인 담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발생 부위에 따라 ‘간내 담도암’과 ‘간외 담도암’ 등으로 구분된다. 질환 특성상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진단 시 이미 주변 장기나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국내 담도암 환자의 약 40~50%는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단계에서 진단되며, 원격 전이 시 5년 생존율은 4.1%에 불과하다.

박 사무총장은 “담도암 환우들의 수기를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환우 상당수가 뚜렷한 증상 없이 담도암 진단을 받는다는 점이었다”며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4기 혹은 말기이거나, 종양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내용이 수기에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담도암 조기 발견을 위해선 복무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필요한데, 매번 할 수는 없다. 폐암은 저선량 CT로 조기 발견이 가능하지만, 담도암은 간 안쪽 깊숙한 곳에 있어 저선량 CT로도 발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황달 증상이 나타나도 일반 내과에서 약만 복용하다가 증상이 오래 지속돼 큰 병원을 찾고 나서야 담도암으로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사무총장은 “수기 공모전 영상에 황달이나 피로감이 오래 지속되면 담도암 증상일 수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내용을 담았지만, 지금으로선 개개인의 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가 건강검진에서 담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담도암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담도암은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동안 10여 년간 표준치료 옵션이 항암화학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에서 변화가 없었다. 최근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1차 치료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과의 병용요법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게 됐지만,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될 경우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박 사무총장은 “더발루맙 급여 활동을 함께 해온 환우의 경우 더발루맙으로 1차 치료를 이어왔는데, 급여가 되기 전 집을 팔아가며 치료를 유지했다”며 “그런데 급여를 앞두고 결국 내성이 생기면서 IDH1 변이가 확인돼 ‘이보시데닙’(제품명 팁소보) 치료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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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총장이 서울 여의도 협회 사무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지난 2024년 5월 희귀의약품으로 국내 허가된 세르비에의 팁소보는 IDH1 변이를 타깃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항암제다. 2-HG 수치를 낮춰 정상적인 세포의 분화를 유도해 종양의 진행이 빠른 담관암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국내 환자가 포함된 글로벌 3상 이보시데닙 단독요법 연구 결과를 보면 담관암 2차 치료에서 대조군인 위약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약 2배(2.7개월/1.4개월) 연장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63% 감소시켰다. 전체 생존기간(OS) 역시 10.3개월로, 위약(5.1개월) 대비 약 2배 개선됐다. 이보시데닙 치료군의 질병 조정률(DCR)은 53%로 나타나 위약군(28%) 대비 높게 나타났다.

팁소보는 높은 임상적 근거를 확보했음에도 지난해 5월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통과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안건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담도암처럼 환자 수가 적고 기대 여명이 짧으며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는 질환의 특성상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경제성 평가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이런 치료제는 비교할 만한 기존 약제가 없다 보니 사실상 약제비가 들지 않는 위약(가짜약)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혜택이 확인됐더라도 제도상 경제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셈이다.

앞서 담관암 적응증을 받은 FGFR 억제제 ‘페미가티닙’은 단일군 2상 임상자료를 토대로 경제성 평가를 면제받아 지난해 5월 급여 등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보시데닙은 임상시험과 리얼월드(RWD) 데이터를 통해 임상적 이점을 입증하고도 3상 임상 진행 약제라는 이유로 같은 예외를 적용받지 못했다.

박 사무총장은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판정을 받아 더발루맙 병용요법으로 약 10개월간 치료받으며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썼는데, 이후 내성이 생겨 이보시데닙까지 사용하게 된 환우 사례가 있다”며 “재벌이 아닌 이상 이 정도의 약값을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담도암 치료제 중 아직 급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보시데닙 뿐”이라며 “하루빨리 급여화가 이루어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인 만큼, 생애주기별 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박 사무총장은 “암은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세대별로 겪는 어려움이 다르다”며 “정부는 어느 특정 세대가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환자 수가 적다는 것이 환자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환자 수가 적을수록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올해 혈액암협회는 암 치료 시작부터 사회로 복귀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지원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 사무총장은 “암 환우들에게 치료 과정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그 시간 자체가 큰 노력이라고 전하고 싶다”면서 “치료만큼이나 삶의 질도 중요하다. 환우들이 단순히 시간을 견디는 삶이 아니라,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협회가 함께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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