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가진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 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미국의 대(對)테러 수장인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이 17일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과 관련해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아 양심상 이번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는 켄트가 이란이 위협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브리핑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우리나라에 임박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건 민주당과 일부 리버럴 언론이 끊임없이 되풀이해 온 것과 같은 허위 주장”이라며 “대통령은 이란이 먼저 미국을 공격할 것이란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의 합동 공격을 통해 테러리스트 이란 정권의 선제공격으로 인한 미국인의 생명 위험을 크게 줄이고,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대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모든 상황을 고려해 이번 작전이 미국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이 위협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최고사령관이 결정한다”며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이란이 절대 핵을 보유할 수 없다고 말해왔고, 외국의 영향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은 모욕적이고 우스꽝스럽다”고 했다.
미국 내 모든 정보기관을 통할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DNI는 대통령 겸 최고사령관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상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정보 활동을 조정·통합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며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정보를 신중하게 검토한 뒤 이란의 테러리스트 정권이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결론짓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소속인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도 “켄트와 그의 가족이 이 나라를 위해 큰 희생을 치렀고, 그의 헌신에 감사하다”면서도 “이란의 막대한 미사일 보유량과 테러 지원은 미국에 심각하고 점점 더 커지는 위협이었다. 나는 켄트의 잘못된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이 17일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른바 ‘갱 오브 에잇(Gang of Eight·미 정보기관으로부터 기밀 브리핑을 받는 8명의 주요 의회 인사)’ 일원으로 모든 브리핑을 받았다”며 “우리 모두는 이란이 핵 능력 확보에 매우 근접해 있고,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명백한 위협이 임박해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켄트가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는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다”며 “분명한 건 국무장관, 전쟁부 장관, 합참의장 등 모든 사람이 (이란 상황이)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켄트는 그 브리핑에 없었다”고 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사사건건 트럼프와 각을 세워왔던 원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켄트가 1년 전 청문회에서는 “이란과 대리 세력이 중동에서 미군을 위협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복귀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사임 서한에 드러난 악랄한 반유대주의는 이런 약속을 지킬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트럼프의 강성 지지자였던 켄트는 과거 백인 우월주의로도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조시 고트하이머 민주당 의원은 “이란의 책임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리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편협한 책임 회피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대이란 군사 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시작된 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켄트의 성명을 읽고 나서야 그가 나간 게 다행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나는 항상 그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그가 안보에 있어 매우 취약하다고 항상 생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켄트가 과거 주요 안보 사안을 외부에 유출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는 “모든 나라들이 이란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 깨달았다”며 “우리는 이란이 위협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똑똑하고 요령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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