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라리자니. 사진=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란 권력 핵심 인물을 추가로 제거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이어 핵심 실세였던 알리 라리자니까지 사망하면서 이란 권력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리자니는 공식 직책을 넘어 사실상 전시 이란을 이끌어온 '막후 지도자'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정권 지도부 끝까지 추적"…암살 작전 확대
이스라엘은 17일(현지시간) 이란 최고 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를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란 정권 지도부를 계속 추적하라고 군에 지시했다"며 추가적인 제거 작전을 예고했다.
이번 공격은 단순 군사시설 타격을 넘어 정치·군사 지도부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혁명수비대(IRGC) 수뇌부와 군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제거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사실상 이란의 '지휘 체계 붕괴'를 목표로 작전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같은 날 바시지 민병대 수장인 골람레자 솔레이마니도 함께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란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하메네이 후계 체제' 직격…권력 공백 현실화
라리자니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을 이끌던 핵심 민간 지도부 3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함께 전시 체제를 운영해온 중심 인물이다.
하메네이는 생전에 자신이 제거될 경우를 대비해 체제 생존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는데, 라리자니는 그 핵심 그룹에 포함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지도부 타격에도 불구하고 즉각 붕괴되지 않은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그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으로서 이란의 안보·군사 정책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또한 이란 내 대표적인 엘리트 정치 가문 출신으로 12년간 국회의장을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다.
특히 2021년에는 중국과의 25년 장기 전략 협정을 주도하며 서방 제재로 흔들리던 이란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라리자니는 보수 성향이면서도 실용주의자로 평가되는 인물로, 과거 핵 협상 대표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서 협상 창구 역할을 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 특사를 지낸 롭 말리는 "라리자니는 지도부 내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인물 중 하나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항상 호출되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의 안보회의 사무총장 임명은 미국과의 핵 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미국이 합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리자니의 사망은 단순한 권력 공백을 넘어 향후 협상 가능성 자체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이 군사시설을 넘어 정치 지도부 제거에 집중하면서, 전쟁의 성격이 '정권 붕괴 압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란은 지도부 공백에 대비해 군 의사결정을 분산하는 등 사전 대응 체계를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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