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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호송 군함도 5,6㎞ 밖에서 발사되는 드론ㆍ미사일 대응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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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의 병목 지점 항로 폭은 불과 4㎞...군함 기동에 제한
1988년 유조선 호송하던 미 군함, 이란 기뢰에 피격 파손돼
”완벽 호송 이뤄져도, 전쟁 전 물동량의 10%만 회복”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유조선과 상선들을 보호할 군함 파견 요청에 주요 동맹국들이 거절 의사 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해운ㆍ군사 전문가들은 “해협의 실제 지형을 고려하면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작전인 반면에, 100% 항해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는 전체 150㎞에 달하는 해협의 지형과 실제 선박 항로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해협의 평균 폭은 50~70㎞이지만, 실제로 선박이 사용하는 것은 진입 3㎞, 이탈 3㎞, 그 사이 완충 구역 3㎞로 폭 9㎞에 불과하다. 이는 수심(水深)과 선박 간 안전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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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ㆍ군사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가까이 이란쪽 지형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높이 500~1500m의 산악 지대이고, 특히 병목 지점의 해안 발사대에서 항로까지는 5,6 ㎞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란혁명수비대가 기습 공격을 하기에 매우 유리하며, 군함이 즉각 대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병목 구간은 폭이 약 33㎞에 불과하고, 양방향 선박 통행을 위한 심수(深水) 항로의 폭은 약 4㎞로 더욱 좁아진다. 또 호르무즈 해협을 에워싼 이란쪽 지형은 높이 500~1500m의 산악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은 이란이 높은 지대에서 미사일과 드론, 로켓으로 선박을 기습 공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해안에서 가깝고 높은 지형에 매복해서 쏘는 드론과 로켓은 이 경우 수십 초~수 분내에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어, 군함의 대응은 극히 제한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해협의 지형적 특성 탓에, 군함 호위가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해군작전 전문가인 브라이언 클라크는 미 매체 ‘더 힐’에 “해안의 드론ㆍ미사일 발사대에서 항로까지 거리는 5,6㎞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유조선과 상선들을 호송하는 군함의 기동 범위도 좁은 항로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란의 해상 드론, 고속정이나 미사일 위협에 즉각 대처하려면 유조선 주변을 기동하는데 축구장의 2,3배 되는 유조선 자체가 군함의 시야와 기동을 제한하는 ‘사각 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은 또 무인 해상드론과 약 5000개의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함은 특히 기뢰에 취약하다. 즉 대형 유조선이 이중 선체에 엄청난 부력, 크기를 지녀 일부 구멍이 나도 바로 침몰하지 않는 반면에, 군함은 고속ㆍ기동성을 위해 선체가 상대적으로 얇다. 최신 기뢰는 선체 하부에서 폭발해 선체를 들어올린 뒤 다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 과정에서 용골을 파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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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4월 18일 '탱커 전쟁'에서 유조선 호송 작전 중에 이란의 기뢰에 피격 파손된 새뮤얼 B 로버츠 프리깃함./미 해군


이 위험성은 누구보다도 미국이 절감한 바 있다. 이란ㆍ이라크 전쟁 중에 두 나라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대 유조선을 공격하는 ‘탱커 전쟁(1984~1988년)’을 벌였다. 당시 미국은 군함을 보내서 유조선을 호송했는데, 1988년 4월 새뮤얼 로버츠 프리깃함이 이란이 설치한 기뢰에 피격돼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승조원 10명이 다쳤다. 또 2000년 10월 예멘 아덴 항에 정박 중이던 미 구축함 콜은 자살 폭탄 보트 공격을 받아 12m x 18m 크기의 대형 구멍이 나고 승조원 17명이 숨지는 참사를 겪었다.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중동 담당 책임자인 로즈 켈러닉은 “직관과는 다르게 들리겠지만, 여러 면에서 군사 자산이 유조선보다 더 쉽게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왕립군사연구소(RUSI)의 매튜 새빌은 가디언에 “트럼프가 선주(船主)들에게 ‘배짱을 보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미 해군이 호송 임무에 나서지 않으려 하는 것도,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은 오만에서 200㎞ 떨어진 곳에서 별 위험성 없이 이란을 강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함 호송의 실제적 효과 문제도 있다. 영국의 선박운송 전문 매체인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 편집장인 리처드 미드는 “실질적인 호위 작전이 이뤄져 36시간 동안에 5~10척의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가려면 구축함 8~10척이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속도라면, 전쟁 전 물동량의 10%에 불과하다.

IMO의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여러 선박을 모아서 호송 선단(convoy)를 구성해 천천히 해협을 통과하는 방식인데, 이 경우 선단의 이동 속도는 가장 느린 선박에 맞추게 돼 매우 느릴 수 밖에 없다. 이 선박들은 수천 개의 기뢰를 피해서 항해하고 동시에 드론과 해안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공격도 방어해야 한다. 이란이 해당 지역에서 GPS와 AIS(선박 자동식별장치)를 교란하는 전파 방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구축함만으로는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미 해군 장교 출신인 군사전문가 칼 슈스터는 CNN 방송에 “해협 상공에서 지속적인 공중 초계가 이뤄져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란의 발사대나 해상 드론이 출동하기 전에 이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해상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3월2일부터 14일까지 이 해협을 통과한 화물선과 유조선은 47척에 그쳤다. 이란은 중국과 인도 두 나라로 가는 이란산 석유 운송에 대해선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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