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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 비상대응 주문한 李 “차량 5·10부제 등 대책 수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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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서 “중동 상황 예상 뛰어넘어”
민간차량 제한, 1991년 걸프전때 시행
공공차량 5부제-민간엔 ‘권고’ 거론
동아일보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대체로 많은 국민은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서 취약계층,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하게 편성해달라”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전쟁 추경’의 신속한 편성 및 집행을 주문하고 나선 것. 이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원유 공급에 심대한 차질을 빚을 것을 대비해 차량 5·10부제 시행 등 비상 대응을 주문했다. 민간을 포함한 차량 운행제한제가 현실화되면 걸프전쟁으로 두달 간 10부제가 시행됐던 1991년 이후 처음이 된다.

● 차량 운행 저감·석유 수출 통제 시사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중동 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현재 같은 상황이라면 잠시 진정됐던 석유 가격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생 경제 전반에 가해질 충격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석유 공급선 다각화를 주문하는 한편 “상황이 어려운 만큼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동참도 필요하다”며 “에너지 절약 노력의 범사회적 확산을 위해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다각도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하길 바란다”고 했다.

자동차 5부제는 차량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다. 주말을 제외한 월~금요일 닷새간 차량 번호 끝자리 숫자 10개를 2개씩 묶어 특정 요일에 해당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10부제는 번호판 끝자리 숫자에 따라 특정 날짜에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1990년 걸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1991년 약 두달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동차 10부제를 시행한 바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자동차 홀짝제(2부제)가 검토됐으나 전국이 아닌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행됐다. 2008년에는 공공 부문 자동차 2부제가 시행됐고, 2011년에는 공공 부문 자동차 5부제와 같은 제한 조치가 이뤄졌지만 민간에는 권고사항이었다.

자동차 5부제 시행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기후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은 5부제이고, 전기차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될 경우 5부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중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로 격상할 방침인 산업부에선 자동차 운행 제한과 관련해 공공에는 차량 5부제를 도입하되 민간에는 운행 제한을 권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자동차 운행 제한과 함께 “필요하면 (에너지) 수출 통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이미 정유사의 수출 물량을 전년 동기 수준으로 제한한 바 있다. 제도 시행으로 해외 판매 가격이 더 높아지면, 정유사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국내 공급을 줄이고 해외 수출을 과도하게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 유가가 향후 더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수출 물량의 추가 감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 ‘최대 20조원’ 추경 규모 더 커지나

이 대통령은 추경 편성과 관련해 “대다수 취약 부문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어 소득 지원 정책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지방에 더 대대적으로 할 수 있게 획기적으로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가 전체가 석유류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지 않나. 유류세를 깎아주는 것보다 추경 편성을 통해 직접 지원을 해서 양극화 완화에 쓰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부는 세금으로 혜택을 주고, 일부는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두 가지 방식을 믹스하면 정책 효과성이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추경안에 소득 지원 확대를 거론하면서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된 ‘최대 20조원’ 규모를 넘어선 추경안이 편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초과 세수 예산분이 15조∼20조 원인 상황에서 이번 추경안은 이에 맞춰 물류·유류비 부담 완화와 민생 안정, 수출기업 지원 등을 중심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여기에 소득 지원이 포함될 경우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안 편성 내역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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