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류스팡 내정부장(왼쪽)과 리전슈 입법위원. SNS 캡처 |
17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민중당 리전슈(李貞秀)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입법원 내정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류스팡(劉世芳) 내정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국정 질의를 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리 위원은 내정부 소관 업무에 관해 질문을 하려고 류 부장을 세 차례에 걸쳐 단상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류 부장 본인은 물론 그와 함께 출석한 내정부 고위 간부들도 못 들은 척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화가 난 리 의원이 정회를 요구했으나 집권 여당인 민진당 소속 내정위원장의 거부로 그마저 불발에 그쳤다.
이날 류 부장은 다른 입법위원들의 물음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리 위원을 “리 여사”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 내정부로선 리전슈 여사의 각종 질의나 자료 제출 요구에 그대로 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자인 리 위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류 부장은 입법원 출석에 앞서 언론에 “나는 중화민국(대만)의 내정부장으로서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현재 리 여사의 신분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 위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내정부를 향한 국정 질의가 무산된 뒤 그는 류 부장 및 내정부 간부들을 겨냥해 “당신들은 중화민국의 관료이지 민진당의 관료가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반중·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중국으로부터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위원은 “나는 중화민국의 입법위원”이라며 “앞으로는 류 부장이 아닌 ‘류스팡 여사’라고 부르겠다”고 경고 메시지도 던졌다.
일명 ‘청천백일만지홍’으로 불리는 대만 국기 모습. EPA연합뉴스 |
리 위원은 1973년 중국 남부 내륙의 후난(湖南)성 헝양(衡阳)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20세이던 1993년 대만 국적자와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대만으로 가 그곳에 정착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리 위원은 원래 기업에서 일하다가 2019년 민중당 창당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듬해인 2020년 민중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급기야 지난 2월 입법위원에 취임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중당은 오랫동안 대만 정치를 좌우해 온 민진당과 국민당 거대 양당을 넘어선 ‘제3의 대안 세력’을 표방한다.
문제는 중국에서 태어난 리 위원이 대만에 정착한 뒤에도 여전히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적자가 대만 입법위원이 된 것은 리 위원이 사상 최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중국 당국에 국적 포기를 신청했으나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므로 국적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앞서 대만 행정원(정부)은 각 부처에 ‘리 위원이 과연 대만 입법위원으로서 자격을 갖췄는지 확인될 때까지 그에게 어떠한 자료나 정보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훈령을 내렸다.
김태훈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