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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의원·장관, 서로를 ‘여사’라고 부르며 입씨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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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중국 국적 의원 탄생 ‘후폭풍’
장관 “의원 자격 의심”… 답변 거부해
의원 “中이 국적 포기 안 받아줘 억울”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여성 의원과 여성 장관이 서로를 직책 대신 ‘여사’(女史)라고 부르며 입씨름을 벌여 눈길을 끈다. 해당 의원이 중국 국적자라는 점을 들어 장관이 삐딱한 태도를 보이자 발끈한 의원도 똑같은 호칭으로 응수한 것이다.

세계일보

대만 류스팡 내정부장(왼쪽)과 리전슈 입법위원. SNS 캡처


17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민중당 리전슈(李貞秀)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입법원 내정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류스팡(劉世芳) 내정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국정 질의를 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리 위원은 내정부 소관 업무에 관해 질문을 하려고 류 부장을 세 차례에 걸쳐 단상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류 부장 본인은 물론 그와 함께 출석한 내정부 고위 간부들도 못 들은 척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화가 난 리 의원이 정회를 요구했으나 집권 여당인 민진당 소속 내정위원장의 거부로 그마저 불발에 그쳤다.

이날 류 부장은 다른 입법위원들의 물음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리 위원을 “리 여사”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 내정부로선 리전슈 여사의 각종 질의나 자료 제출 요구에 그대로 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국적자인 리 위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류 부장은 입법원 출석에 앞서 언론에 “나는 중화민국(대만)의 내정부장으로서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며 “현재 리 여사의 신분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 위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내정부를 향한 국정 질의가 무산된 뒤 그는 류 부장 및 내정부 간부들을 겨냥해 “당신들은 중화민국의 관료이지 민진당의 관료가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반중·친미 성향의 민진당이 중국으로부터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위원은 “나는 중화민국의 입법위원”이라며 “앞으로는 류 부장이 아닌 ‘류스팡 여사’라고 부르겠다”고 경고 메시지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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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청천백일만지홍’으로 불리는 대만 국기 모습. EPA연합뉴스


리 위원은 1973년 중국 남부 내륙의 후난(湖南)성 헝양(衡阳)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20세이던 1993년 대만 국적자와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대만으로 가 그곳에 정착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리 위원은 원래 기업에서 일하다가 2019년 민중당 창당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듬해인 2020년 민중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급기야 지난 2월 입법위원에 취임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중당은 오랫동안 대만 정치를 좌우해 온 민진당과 국민당 거대 양당을 넘어선 ‘제3의 대안 세력’을 표방한다.

문제는 중국에서 태어난 리 위원이 대만에 정착한 뒤에도 여전히 중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적자가 대만 입법위원이 된 것은 리 위원이 사상 최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중국 당국에 국적 포기를 신청했으나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므로 국적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앞서 대만 행정원(정부)은 각 부처에 ‘리 위원이 과연 대만 입법위원으로서 자격을 갖췄는지 확인될 때까지 그에게 어떠한 자료나 정보도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훈령을 내렸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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