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인도 뭄바이 항에 입항한 유조선 모습. 최근 일부 선박이 제한적으로 해협을 지나면서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Getty Images |
이란과 서방 간 군사 긴장으로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알려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부 유조선이 실제로 해협을 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협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해상 물류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실제로 지나갔다…유조선 통과 확인
16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적 유조선 ‘카라치(Karachi)’호는 위치 정보를 공개한 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비이란 선박이 공개적으로 해당 해협을 지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선박은 국제 수역이 아닌 이란 영해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 분석가들은 “이란 당국의 승인 없이 해당 경로를 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인도를 향한 에너지 운반선도 일부 통과했다. 인도 정부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유조선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자국 항구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해당 통과는 양국 간 외교 접촉 이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제한적이나마 원유와 가스 물량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국제 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소폭 하락하며 급등세를 멈췄다. 시장에서는 해협이 완전히 막히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1100척 묶였는데…해상 물류는 여전히 마비
다만 해상 운송은 여전히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깝다. 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는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25척 수준에서 최근 5척 안팎으로 급감했다. 약 110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 일대에 대기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들어 상선과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이 20건 이상 발생하면서 선사들의 운항 기피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뢰나 드론 공격 한 번만으로도 전체 항로가 다시 막힐 수 있다”며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 호송 연합을 구성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호주 등 일부 동맹국은 군함 파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보호 체계가 얼마나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
● 왜 일부만 통과시키나…이란의 계산
구조적인 병목도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이 약 21마일이지만,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 깊은 수로는 왕복 두 개 차선에 불과하다. 한 번 흐름이 막히면 정상화까지 수주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이란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전면 봉쇄에 나설 경우 군사적 충돌 위험이 커지지만, 일부 선박의 이동을 열어두면 시장 충격을 조절하면서 협상 여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과 허용 대상도 국가별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봉쇄 완화의 신호인지, 아니면 충돌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숨통 틔우기’인지 시장의 판단이 갈리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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