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태국 벌크선 ‘마유레 나레’.(사진=태국 왕립 해군·AFP) |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기를 단 중형 유조선 ‘카라치’호가 전일 자신의 위치를 공개적으로 송신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마린 트랙픽은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카라치’호에 대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신호를 송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최초의 비(非)이란 화물선”이라며 “일부 화물은 협상을 통해 안전 통행을 허가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 유조선은 아부다비산 원유를 싣고 있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본토에서 북서쪽으로 약 100마일(약 160㎞) 떨어진, 페르시아만의 주요 해상 석유·가스 처리 및 수출 거점인 다스섬에서 출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란이 일부 이란 국적이 아닌 선박을 협상을 통해 통과시키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이란 핵 반대 연합의 제미마 셸리 선임 연구원은 이 선박이 국제수역이 아니라 이란 수역을 따라 항해한 만큼 이란 정권의 통과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같은 패턴이 또 반복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협을 통과한 선박 대부분은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제재 회피용 유조선이었으나 최근 들어 이란이 다른 국적 유조선도 일부 통과시키기 시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다만 어떤 선박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날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인도 유조선 두 척도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지난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간 전화 통화를 통해 이뤄졌다.
원유 시장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지 이틀째부터 15일까지 총 17척의 원유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선박 추적 회사 케이플러(Kpler)는 집계했다. 이중 7척은 이란 국기를 달고 있어 이란의 원유를 실었을 가능성이 높다.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와 중국으로 더 많은 석유가 수출될수록 미국과 다른 생산국의 원유와 경쟁이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 전체 시장 가격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 이날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84% 하락한 배럴당 100.21달러에서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선박 중개회사 클락슨스의 리서치 책임자 스티븐 고든에 따르면 지난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5척에 불과했다. 전쟁 이전에는 하루 평균 125척이 통과했다. 주말 동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3척에 그쳤는데, 평상시 이틀 동안 약 40척이 지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잭 케네디 중동 리스크 책임자는 현재 선박 운영자들이 느끼는 위험 인식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의 호위가 제공되더라도 해협을 통과하려는 수백 척의 상업 선박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상 기뢰 하나나 무인 항공기 공격 하나만으로도 선박 운영자들이 다시 항해를 포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협이 안전해진 이후에도 선박 적체를 해소하는 데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110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은 폭이 21마일(약 34㎞)에 달하지만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은 구간은 1.86마일(약 3㎞) 폭의 두 구간뿐이다. 결국 대형 선박은 하나의 항로로 들어오고 다른 하나의 항로로 나가는 사실상 ‘2차선 도로’가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