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공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번에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65)의 퇴진 요구에 나섰다.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에서는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미국과 쿠바 간 협상에 비관적인 강경파로 규정하고 ‘그가 물러나야 쿠바 경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NYT는 이밖에 미국이 1959년 쿠바 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의 이념에 동조하는 고위 관료를 축출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디아스카넬 대통령 축출 시도가 그간 대상국 ‘정권 굴복’을 유도해온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일치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체제 자체를 완전히 뒤엎기보다는 상징적인 인물을 제거함으로써 정권의 방향을 미국에 친화적인 쪽으로 변화시키려 한다는 의미다.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해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는 ‘좌파 대통령’을 무너뜨렸다는 대외적인 성과와 함께 쿠바 경제를 미국 기업에 점진적으로 개방해 종속국으로 만드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협상의 지렛대로 쿠바의 외국산 석유 수입을 차단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이후에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마저 끊겼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달 1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와의 협상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3개월간 석유 수입이 전무했다”면서 태양광과 천연가스 등으로만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쿠바 에너지광업부에 따르면 이날 쿠바 국가 전력망이 완전히 단절됐다. 이로 인해 인구 1000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디아스카넬 대통령 축출로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경제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쿠바 혁명 이후 처음으로 ‘비(非) 카스트로’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현재 쿠바 실권은 여전히 카스트로 가문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라울 카스트로(94)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쿠바 쪽 대미 협상은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의 손자인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퇴진할 경우에는 협상을 맡은 라울 기예르모 카스트로가 정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의 실질적 변화보다 현 국가 수반 퇴진이라는 상징적 효과만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나는 쿠바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쿠바 협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한 방식이 외교적인지, 혹은 군사적인지 묻는 질문에는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쿠바에 군사 공격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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