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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울타리 넘어 ‘마을 돌봄’으로…초등 방과후 돌봄체계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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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사교육비 13.2조…돌봄 공백이 사교육 수요로 이어져
부처·지자체 칸막이 해소하고 지역 중심 협력 모델 구축해야
서울경제

초등학생 대상의 방과후 돌봄 정책을 학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저출산과 맞벌이 가정 증가로 초등학생 돌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현재의 돌봄 체계는 정부부처 및 지자체 간의 칸막이와 운영 주체의 혼선으로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역 중심의 초등 방과후 돌봄체계 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은 방과후 돌봄 비용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통계 중 사교육비 총액이 가장 높았던 2024년 기준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이며 이 중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13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45.2%를 차지한 바 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7.7%로 가장 높았다. 참고로 같은 해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등에 학부모가 지출한 비용은 약 7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이 초등 단계에서 교육 및 돌봄 수요가 집중되는 이유는 초등학교 입학이 학부모 입장에서는 ‘돌봄 위기’ 시점이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아이 돌봄 문제 때문에 경력 단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법정 수업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반면 취업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길어 하교 이후 돌봄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이 같은 초등 돌봄 문제는 저출산과 여성 경력 단절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종합적이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 같은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학부모들의 체감 육아 난도는 여전히 높다. 자녀가 1명인 가정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육아는 학부모가 성년이 된 후 겪는, 가장 훈련 및 교육이 안돼 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일종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현재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 여성 중 64.6%는 자녀가 1명이며 이중 맞벌이 가구 비율은 58.7%에 달한다.

정부로서는 육아 지원을 위한 대책을 꾸준히 업그레이드 해 온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04년 지역아동센터를 제도화 했으며 같은 시기 초등학교 방과후교실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방과후 학교, 온종일 돌봄체계 정책이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가 도입됐다. 늘봄학교 시행 후 돌봄교실 대기자는 2023년 1학기 5674명에서 1년만에 8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고 학부모 만족도도 5점 만점 기준 4.3점으로 나타났다.

현재 초등 방과후 돌봄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제공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돌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학교에서는 늘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에서는 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센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4년 기준 초등 방과후·돌봄 교육 이용률은 50.9%로 초등학생 절반가량이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현재 체계는 교육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각기 다른 사업을 운영하면서 운영체계가 분산돼 있다. 학교 돌봄과 마을 돌봄이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운영 기준, 인력 자격 요건, 재정 구조 등이 서로 달라 통합 정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학교를 중심으로 돌봄 정책이 확대되며 지역 기반 돌봄 기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중심 초등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학교가 돌봄을 전적으로 담당하기보다는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단위에서는 돌봄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고, 중앙정부는 지역 간 격차를 조정하는 방식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지난 20여 년간 정책 외형은 변했을지라도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핵심 과제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몇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지역’의 범위를 행정 구역 단위가 아니라 생활권 또는 학교권 중심으로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초등 방과후 돌봄의 접근성과 이용 가능성은 아동과 보호자가 체감하는 이동 거리와 시간에 크게 좌우되므로 지역 내 자원의 분포와 특성을 반영한 체계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지역별 초등 방과후 돌봄 수요 및 공급 현황의 데이터 이를 기반으로 한 중장기 공급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지역 중심 체계에서는 학교돌봄과 마을돌봄을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보편적 돌봄의 거점 역할을 하고, 마을돌봄 기관은 지역 여건에 맞는 유연한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해당 과정에서 돌봄서비스의 질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사자의 자격요건과 처우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마련하고, 기관 유형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고서는 또 향후 초등 방과후돌봄 체계 개편에서 통합의 주체와 재정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학교 중심 모델을 유지할 것인지, 지자체 중심의 지역 통합 모델로 전환할 것인지에 따라 전달체계와 재정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가 추진하는 ‘온 동네 초등돌봄·모델’ 역시 지역별로 마련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기존 시설을 포함한 돌봄 수요와 공급 통계 생산, 역할 분담, 추가적 시설 설치의 필요성, 운영 주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지역 단위에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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