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관람객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025년 한 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방문객이 1천781만4천848명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고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총 426만8천590명으로, 2024년(317만7천150명)보다 3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스포츠서울 | 원성윤 경제산업부장] 지난달 25일 열린 ‘제11차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는 한국 관광 산업의 씁쓸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 한 편의 블랙코미디였다. “정부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 송미선 대표는 “정부 지원을 생각해 본 바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터널을 거치며 붕괴 직전까지 갔던 관광 생태계다. 규제 철폐와 인프라 확충을 외쳐도 모자랄 판에 업계 1등 수장의 빈곤한 철학이 드러난 순간이다. 매각을 앞두고 기업 가치 띄우기와 ‘아웃바운드’ 수익에 매몰된 사모펀드 출신 대표에게 한국 관광의 구조적 모순이 보일 리 만무하다. 그 골든타임에 진짜 관광 전문가라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건의해야 할 숙원 과제가 있었다. 바로 인천공항과 지방을 직접 잇는 ‘에어 앤 트레인(Air and Train)’ 고속철도망 복원이다.
4일 인천국제공항에 에미레이트 항공 A-380 여객기가 계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현재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으로 가려면 고난의 행군을 겪는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공항철도(AREX)로 서울역에 도착한 뒤, 복잡한 환승 통로를 뚫고 KTX로 갈아타야 한다. 낯선 외국인에게 이 지난한 동선은 사실상 ‘지방 방문 포기’를 종용하는 거대한 장벽이다. 방한 관광객 80% 이상이 수도권에 갇혀 있는 근본 이유다.
정책 결정권자들의 인식도 답답하다. “인천공항에서 지방 공항으로 가는 국내선을 띄우면 되지 않느냐”는 대안은 항공사 슬롯 확보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명확하다. 허브 공항에 내린 승객을 고속철도로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뿌려주는 것이다. 프랑스는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곧바로 TGV를 타고 지방으로 이동하도록 연계했다. 항공권 하나면 기차 탑승까지 원스톱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2018년 전면 폐지됐던 인천공항발 KTX의 실패 경험 때문이다. 당시 기존 공항철도 선로에 무리하게 KTX를 밀어 넣은 처방은 일반 전동차의 연쇄 지연을 낳았고, 고속철도를 150km ‘저속철’로 전락시켰다. 탑승률은 20%를 밑돌아 코레일 적자만 불어났다.
부산 동구 부산역 전광판에 수서행 KTX 열차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관광 트렌드가 면세점 쇼핑에서 K-콘텐츠를 좇는 개별 관광(FIT·Free Independent Traveler)으로 급변했다. 안동 하회마을 등 지역 고유 매력을 찾는 외국인의 폭발적인 수요는 과거 실패 지표로 재단할 수 없다. 해법은 기존 선로 재탕이 아닌 ‘제2공항철도’ 신설이나 GTX 연계 등 새로운 인프라를 통한 대동맥 구축이다.
국가 기간망이자 관광 인프라를 공기업 영업 이익이나 승차권 수익 잣대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 인천공항에 KTX가 멈춰 서고 외국인 관광객을 싣고 지역 곳곳으로 내달릴 때 창출되는 경제 활성화 효과는 장부상 적자를 상회한다. 단순한 교통망 확충이 아니라 벼랑 끝 ‘지방 소멸’을 막아낼 확실한 마중물이다.
관광 산업은 인프라와 문화가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 1등 여행사는 단기 실적 엑시트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인바운드와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한 큰 그림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 역시 단편적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괴사해 가는 지방을 살릴 ‘에어 앤 트레인’ 대동맥을 이어야 한다. 철학 부재와 탁상 행정이 계속되는 한 천만 관광객의 과실은 영원히 서울의 전유물일 뿐이다. socool@sportsseoul.com
원성윤의 눈. 사진 | 스포츠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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