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전이 될 조짐이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은둔한 채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쟁 피해 배상을 재차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항복을 종용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란은 협상은 없다는 각오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15일(현지시간) 저녁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적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을 거부하면 우리가 결정한 만큼 적의 재산을 빼앗을 것이며, 불가능하다면 같은 양의 재산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일 이란 전문가회의에서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이후에도 대중에 나서지 않고 있는 모즈타바는 나흘 뒤인 12일 이란 국영TV를 통해 처음으로 메시지를 냈다. 당시에도 모즈타바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에 아버지인 전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가족이 사망하고 여학생들이 대거 희생된 것을 언급하며 배상을 요구했다.
전쟁 개시 후 12일 만에 처음 발표된 최고지도자 성명임에도 모즈타바의 모습이나 육성이 공개되지 않은 채 방송 진행자가 성명을 대독해 그의 상태에 대한 의혹을 더욱 키웠다.
14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중동 전쟁 반대 행진과 인종차별, 파시즘, 국가 폭력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자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
이란 지도부는 그의 부상을 확인했으나 현재는 건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5일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 알자디드와 인터뷰에서 “최고지도자는 매우 건강한 상태이며, 모든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모즈타바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다는 아랍권 매체의 보도도 등장했다. 쿠웨이트 자유주의 언론 알자리다는 “모즈타바가 러시아군 수송기를 이용해 모스크바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며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그는 현재 대통령궁 내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고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이런 내용은 다른 외신 보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과의 휴전 협상에 대해 이란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15일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코 휴전을 요청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조차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그들과 대화 중일 때 그들은 우리를 공격했고, 이것이 벌써 두 번째”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장관은 이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공습을 받은 후 연기 구름이 솟아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무산의 책임을 이란에 돌렸다. 그는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리는 이란과 대화하고 있다. 그들은 협상을 간절히 원한다”고 주장하며 “하지만 나는 그들이 준비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측의 군사적 공방도 이어갔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처음 사용한 탄도미사일 영상을 이날 공개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텔레그램 계정에 올라온 세질 탄도미사일 영상에는 이동식 발사대에 놓인 미사일이 굉음과 함께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이 담겼다.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세질 탄도미사일은 액체 연료 추진체에 비해 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사전 탐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최대 약 2500㎞로 중동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
미 중부사령부도 야간 출격하는 B-52 전략폭격기 등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며 “미군은 이란의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선전했다.
전쟁 17일째인 16일에도 테헤란 시내에서는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고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에피 데프린 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이란에 수천 개의 목표물이 남아있다”며 최소 3주간 대규모 공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에 두 번째 공격을 단행했다.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이 항구는 이틀 전에도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석유 선적 작업이 멈췄다. 이날 새벽 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도 드론 공격에 따른 연료탱크 화재가 발생해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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