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운4구역 매장유산 발굴현장 시추 세부 모습 |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16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경찰 고발했고 SH는 즉각 반발했다.
SH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시행한 지반조사는 설계단계에서 이뤄지는 기초자료 확보 목적의 조사행위로 이미 매장문화재 정밀발굴 현장조사 완료 및 국가유산청의 복토승인을 받아 시행한 것"이라며 "매장유산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지보존구간과 약 33m 이격 후 실시한 조사여서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SH는 "이번 지반조사는 건축공사를 위한 본 공사 착공이 아니라 설계 추진을 위한 조사행위"라며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모든 절차를 준수해서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은 SH가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에서 허가 없이 최대 약 38m 깊이로 땅을 파는 시추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발굴 조사 완료 조치가 되지도 않은 땅에서 토목 공사를 위한 시추 작업을 하는 건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세운4구역 일대는 공식적으로 발굴 조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다. 2022∼2024년 부지를 조사한 결과, 세운4구역 일대에서는 조선시대 도로 체계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을 비롯해 건물터 약 590동, 우물 199기, 배수로 자취 등이 발견됐다. SH는 매장유산을 어떻게 보존할지 계획을 제출했으나, 2024년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보류된 상태다.
현행법상 매장유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매장유산 유존지역)은 발굴 조사를 모두 마쳤다는 행정적 조치가 없으면 건설 공사를 추진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현장을 조사한 뒤, SH 측에 관련 행위를 모두 중단하도록 했고 반입된 중장비도 철수시켰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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