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72배 차이를 보이는 두 통계는 놀랍게도 경기 지역 빈집 관련한 최신 통계 자료다. 전자는 국가데이터처가 2024년 주택총조사 당시 산출한 통계이고 후자는 경기도가 2019∼2024년 자체적으로 현황 파악한 수치다.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충북 충주시 문화동에서 담장 붕괴 위험 있는 빈집을 충주시가 정비했다. 충주시 제공 |
16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지자체별 빈집 현황 통계’ 자료 등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와 17개 광역자치단체, 관계 부처 합동 조사 결과가 다 제각각이다. 국가데이터처와 지자체 간 빈집 현황 차이가 172.3배인 경기에 이어 광주(37.1배), 서울(34.8배), 제주(32.1배) 등도 30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충북(25.3배)과 세종(22.5배), 인천(21.1배), 대구(20.9배) 등의 빈집 통계도 큰 차이를 보였다.
빈집 현황 파악이 조사 주체마다 제각각인 것은 빈집의 정의와 조사 시점,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공표하는 주택총조사는 조사 시점인 매년 11월1일 기준으로 사람이 살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본다. 매매나 임대, 이사 등으로 일시적으로 빈 주택도 빈집으로 본다는 얘기다. 미분양 주택과 공공 임대주택도 빈집에 해당한다. 반면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등에 근거해 실시하는 지자체 빈집 실태조사는 빈집을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은 주택으로 규정한다. 미분양이나 공공 임대주택은 포함되지 않는다. 국가데이터처보다 빈집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일한 기준과 일정한 시점으로 통계를 산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박인숙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은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통계 산출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법·제도 정비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별 빈집 통계 제각각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빈집 통계는 크게 세 가지다. 국가데이터처의 주택총조사, 지자체 빈집 실태조사, 빈집정비 태스크포스(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의 행정조사다.
하지만 기관별 빈집 통계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국가데이터처가 공표한 주택총조사(2024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59만9086호다. 반면 정부가 2025년 5월 발표한 빈집정비 TF 조사 결과에서 전국 빈집은 13만4009호로 집계됐다. 17개 시·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빈집 실태조사에서 전국 빈집은 7만1228호뿐이다. 지자체별 자체 조사 수치가 국가데이터처 통계와 약 22배, TF 조사와는 약 1.9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역별 격차도 두드러졌다. 지자체 자체 조사와 국가데이터처 통계 격차가 큰 곳은 경기, 광주, 서울, 제주 등 순이었다. 빈집정비 TF가 시·군·구 공무원, 이·통장과 협업해 진행한 행정조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큰 지역이 적지 않았다. 경기도가 4배로 TF 조사와 가장 큰 격차를 보였고, 이어 대전(3.11배), 전북(2.95배), 경북(2.44배), 서울(2.27배) 등도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반면 1배 미만으로 격차가 거의 없는 곳은 울산과 제주 두 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빈집 통계를 현행화하는 과정에서 추가·제외되는 물량이 있다 보니 조사 시점이나 기준이 다르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경기 도시 지역 빈집 통계는 2644호이고, 농어촌 지역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며 “올해 진행 중인 행정조사 결과가 나오면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빈집의 정의와 모집단, 조사 시점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택총조사는 한국 전체 인구·가구·주택의 규모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실시한다. 신축·매매·임대·이사·미분양 등 ‘일시적으로 비어 있는 주택’(일시 공실)도 통계에 포함된다.
수년째 방치된 전남 장흥군 한 폐가 부엌 싱크대 위에 천장에서 떨어져 쌓인 먼지가 수북하게 덮여 있어 철거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장흥=김선덕 기자 |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실시되는 지자체 빈집 실태조사는 대상부터 다르다. 도시 지역은 지자체장이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은 주택을 빈집으로 규정한다. 다만 미분양 주택, 공공 임대주택, 사용 검사 후 5년 미경과 주택, 별장 등은 제외한다. 농어촌은 1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건축물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조사 시점도 제각각이다. 지자체장이 지역 내 빈집 정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전국 동시 조사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진행한다. 실제 2025년 4월 기준 정부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서울시는 2023년 7∼10월, 부산시는 2024년 6월∼2025년 2월 조사를 진행하는 등 시점이 달랐다.
반면 빈집정부 TF 조사는 2024년 10∼12월 전국 단위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지자체 빈집 실태조사와 유사하게 도시는 1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 농어촌은 1년 이상 비어 있는 주택·건축물로 설정했다.
결국 현행 빈집 통계는 조사 기준이 다르고 결과 차이도 커 빈집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조사 시점이 다른 지자체 빈집 실태조사만으로는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적잖다. 전용기 의원은 “빈집 문제가 심각한데도 부처마다 기준과 시점이 다른 ‘따로국밥’식 통계 탓에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기초적인 실태조사가 부실한 상태에선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대안은 ‘국가 컨트롤타워’
대안으로는 정부 차원의 기본계획 수립과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거론된다. 지자체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가 거론된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은 5년마다 ‘주택·토지 통계조사’를 통해 전국의 빈집 현황을 조사한다. 조사 시점에 거주 세대가 없는 주택, 일시 사용 주택, 2차 주택, 건축 중 주택 등이 대상이다. 또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에 따라 국가가 기본 지침을 마련하고, 기초지자체인 시정촌이 대책계획을 수립한다.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은 시정촌에 필요한 지원을 한다. 조사 기준과 관리 주체가 분절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부와 행안부 등 관계 부처 간 역할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 조사관은 “이제 빈집은 지방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문제”라며 “통계 주기와 방식을 통일하고, 국가와 지방의 책무를 명확히 나누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조사관은 이어 “현행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이 수립하는 빈집정비계획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도시·지역 차원의 상위 계획이 필요하다”며 “또 지자체에서 빈집 정비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 등의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용기 의원은 “핵심은 국가 차원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지자체가 현장 실태를 꼼꼼히 보고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혈세 낭비를 막고 지역 형편에 꼭 맞는 실질적인 빈집 정비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세희 기자 saehee0127@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