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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파업 만능열쇠 된 노란봉투법, 성공적 AI전환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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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I·로봇 등장에 전통적 ‘노동’ 개념 자체도 재정의해야
청년 일자리가 최대 피해…노동 유연성 높이는게 해법
노봉법, 하청의 직고용 요구·로봇 확산 걸림돌 가능성
‘원하청공동협의체’ 구성해 산업현장 혼란 최소화 필요
서울경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이 노동시장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생성형 AI는 화이트칼라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로봇과 피지컬 AI는 제조 현장뿐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파고들고 있다. 특히 청년층 일자리가 AI의 등장으로 상당 부분 잠식당하는 현상이 현실화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됐다. 이 와중에 노사관계를 뿌리째 흔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마저 시행에 들어가 현장은 더 혼란스럽다. 노동문제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에는 노동법과 노조 전략, 사회안전망을 모두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특히 AI나 로봇에 빼앗길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해고의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제한 파업의 문이 열린 만큼 AI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 변화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하청 공동 협의체 등을 구성해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교섭 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우선 객관적인 현실 진단이 필요하다. AI가 실제로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이미 통계지표가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청년층이 문제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AI 고노출 업종의 경우 청년 일자리가 20만 개나 감소했다. 정확히 챗GPT 등장(2022년 11월) 이후부터다. 기존 일자리 대신 신규 일자리, 즉 청년층의 타격이 가장 심각하다. 해고보다는 고용 축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성장하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데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미숙련자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이런 고용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노동’이라는 개념도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AI가 직접 업무를 수행하고 인간은 이를 점검·검토하는 수준이라면 과연 누가 노동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존재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노동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라는 관점이 흔들리고 있다. 로봇만 가동되는 ‘다크팩토리’도 등장하는 시대를 맞아 노동에 대한 정의도 바뀌어야 한다. 노동에 대한 가치 및 보호가 재검토되지 않으면 안 된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노동 규범의 틀을 만들어갈 때가 됐다.

-산업화 시대에 설계된 노동 규제의 문제점은.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규율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다. 근로기준법·노사관계법 등이 모두 노동 1.0 시대에 머물러 있다. 현장 당사자들의 자율성은 무시된 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문제다. 산업 현장의 물리적·시간적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과거 전형적인 사무실이나 공장 근로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노동으로 변화 중이다. 자율과 성과 중심의 노동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각종 노동 제도도 이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으로 못 박아진 근로기준법 등도 기업별 또는 직종·업무별로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바뀔 필요가 있다. 국가는 근로자가 인간의 존엄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가치와 기준만 설정하고 나머지는 노사가 대등성을 갖고 자유롭게 근로 조건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봇 투입으로 배제되는 근로자들을 위한 대책은.

△기업은 앞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나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탈되는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로보틱스나 관리운영체계 기술 등을 촉진시키고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 훈련 투자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노사 간 협력적 대화가 필수다. 청년 고용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고용보험 모델을 AI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사회안전망 형식의 ‘기본소득형 구직급여’ 제도 등으로 고민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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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앞으로 AI 시대의 고용 형태는 상용형·정규직·종신 고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근로자 보호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한다. 고용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해고와 고용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청년·신규·미숙련자에게 더 많은 노동 축적의 기회를 줄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이미 유럽 등에서 고민하고 있는 로봇세나 디지털세 도입 등을 통해 AI 도입에 따른 기업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을 노동과 연계한 하이브리드형 사회안전망과 노동안전망이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에 대한 숙고가 요구된다.

-선진국은 AI 시대 노동 보호를 어떻게 설계 중인가.

△미국과 유럽은 이미 AI 활성화 등을 통한 고용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로봇이나 AI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에 과세하자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실업보험과 근로자 재교육 강화를 위한 재정 기여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의 근저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노동법의 현대화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도 AI기본법 등을 통해 기업과 노동의 협력, 미래를 위한 협약 등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등 노조도 변해야 하지 않나.

△최근 현대차의 로봇, 아틀라스에 대한 도입 반대로 민주노총은 AI 시대의 반군 내지는 저항군으로 각인됐다. 무대포식 저항과 반대는 안 된다. 양대 노총은 거대한 조직력·재정·인적자원에도 불구하고 AI 시대의 노동문제에 대한 자체적 연구가 없다.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총도 국회·경사노위·학계 등의 논의 구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노동 이데올로기에 갇혀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게 아니라 함께 공동의 과제를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먼저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 4~5년의 시간이 있는 만큼 노총도 변해야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한부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우려 속에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노란봉투법은 한마디로 사용자의 범위 등을 포함해 높은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하청 노조는 원청에 비해 불확실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노사 관계를 자칫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사실상 무제한적인 파업의 문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법이 시행되자마자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청은 구조상 하나의 공정이지만 전체 라인이 불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청의 경우 쟁의행위에 대해 관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또 원청이 하청 교섭에 나서게 되면 결국은 임금의 문제인데 향후 고용이나 계약 질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하청 노조의 경우 종국에는 원청에 직접 고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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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과 노란봉투법은 어떤 관계가 있나.

△노란봉투법의 경우 당초 만들어진 계기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이었는데 정작 법 제정 과정에서 엄청나게 확장되고 말았다. 노조 입장에서는 일종의 파업 만능열쇠를 쥔 셈이다. 앞으로 로봇 도입으로 고용 불안을 느낀 근로자들이 노란봉투법에 기대 노조를 통해 이를 저지하거나 고용 안정을 위한 교섭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로봇 등 AI 도입의 시기가 늦어지거나 충돌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걸림돌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고용 불안 문제 역시 엄연한 현실이어서 기업들도 숙련 근로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과 훈련 기회를 보장해 AI 리터러시(문해력)를 높여 변화에 최대한 기민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

-노사뿐 아니라 노노 갈등을 유발할 여지는.

△매우 높다고 본다. 원·하청 구조가 다중적·전면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원청 단위에서 작은 산별 구조를 만들어 일종의 산별 교섭을 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유럽식의 교섭 방법인데 국내에서는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원청 노조의 반대는 넘어야 할 산이다. 노노 갈등이 유발될 여지도 있는데 특히 회사가 어려워져 구조조정 등이 필요할 때는 원·하청 노조 간 갈등이 한층 커질 위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원청이 리더십을 발휘해서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간 협의체를 구성해 단체협약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생산성·복리후생·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원·하청 공동 협의체’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현장 혼란을 줄이고 상생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의 범위는 사내 하청을 중심으로 하고 기업의 자기결정권은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도 대화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하청 노조 파업을 계기로 구성됐던 조선업 원·하청 상생 협의회 등을 참고할 만하다.

He is…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성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노동법실무학회장, 한국사회보장법학회장,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경사노위 공익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6년에는 노동법학회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사회의 일자리 감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법 강의’ ‘사회보장법(공저)’ ‘통상임금의 이해(공저)’ 등을 썼다.

한영일 논설위원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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