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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깡패 같은 트럼프보단 시진핑, 중국이 大國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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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30일(현지시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2025.10.30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등 미국의 핵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보다 중국을 더 의지할 만한 상대로 보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높아졌다기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더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파트너로 비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영국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퍼스트와 함께 지난달 6~9일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5개국 성인 1만 2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각국 응답자는 최소 2000명 이상이며, 국가별 표본오차는 ±2% 포인트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의지하는 것이 더 나은가’라는 질문에 캐나다 응답자의 57%는 중국을, 23%는 미국을 꼽았다. 독일에서는 중국 40%, 미국 24%, 프랑스에서는 중국 34%, 미국 25%, 영국에서는 중국 42%, 미국 34%로 집계됐다. 미국의 4대 핵심 동맹국 모두에서 중국을 택한 응답이 ‘트럼프 집권하의 미국’을 택한 응답보다 많았던 셈이다. 미국에서는 미국을 택한 응답이 약 63%, 중국을 택한 응답은 약 30%로 나타났다.

‘향후 10년 뒤 어느 나라가 세계의 지배적 국가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독일 응답자의 51%, 캐나다 49%, 프랑스 48%, 영국 45%가 중국을 꼽았다. 반면 미국을 택한 비율은 독일 33%, 캐나다 35%, 프랑스 36%, 영국 41%였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 사이에서조차 미국의 장기적 우위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이번 조사는 유럽과 캐나다 시민들이 중국을 적극적으로 신뢰하게 됐다기보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을 더 의지하기 어려운 상대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들을 상대로 이유를 물은 후속 문항에서 캐나다(60.4%)와 독일(59.5%)에서는 ‘중국이 더 믿을 만해져서’보다 ‘미국이 더 의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프랑스(38.2%)와 영국(42.4%)에서도 같은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폴리티코는 이런 분위기의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지연,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압박,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권이사회(UNHRC) 등 주요 국제기구 이탈, 고율 관세, 그린란드 편입 위협,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 등이 동맹국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중국·대만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마크 램버트는 폴리티코에 “현 (트럼프) 행정부는 약자를 괴롭히는 듯한 태도(acting like a bully)로 중국의 서사를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며 “모두가 여전히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을 알고 있지만, 이제 워싱턴은 더 이상 협력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서는 또 유럽과 캐나다 응답자들 사이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거나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반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는 더 어렵다고 보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더 이상 확실한 질서 제공자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은 신뢰의 대상이라기보다 피하기 어려운 경제적 상대이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세대별 인식 차도 두드러졌다. 18~24세 청년층은 고령층보다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맺는 데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다. 폴리티코는 젊은 층이 소셜미디어(SNS)와 ‘틱톡’ 등 짧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중국 관련 정보를 접하는 비중이 높고, 이런 정보 환경이 미국에 대한 반감과 맞물리고 있다고 해설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알리차 바훌스카 연구원은 젊은 세대가 미국이 중국을 권위주의 체제이자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묘사해 온 데 의문을 품는 동시에, 미국 스스로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잘못 배워온 것 아니냐’는 인식을 밀어붙이며, 청년층의 정서를 미국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미국 정치 현실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기술 경쟁에 대한 인식에서도 중국은 우위를 보였다.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보다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보는 인식이 우세했다. 또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중국이 세계 최초의 초지능 AI를 개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여전히 미국산 기술이 중국산 기술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워싱턴과 동맹국들 사이에서 첨단기술 경쟁을 바라보는 시각차 역시 뚜렷해진 것이다.

폴리티코는 이런 변화가 단순한 여론 차원을 넘어 실제 국제질서의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의 부상을 피할 수 없는 미래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 인식 자체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더 빠르게 현실화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중국의 부상만큼이나 미국의 후퇴에 대한 동맹국들의 불안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대중은 중국을 무조건 신뢰한다기보다, 흔들리는 미국의 대안 또는 피하기 어려운 상대로 인식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이것이 일시적 반감에 그칠지, 아니면 서방 내부 질서의 장기적 균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신문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영국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퍼스트와 함께 지난달 6~9일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5개국 성인 1만 2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각국 응답자는 최소 2000명 이상이며, 국가별 표본오차는 ±2% 포인트다. 2026.3.15 폴리티코 자료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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