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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겠다”는 트럼프, 말이 쉽지…“상륙작전 아니면 안된다” 잿빛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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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에서 불법 마약 단속 작전을 벌이는 미 해병대. USM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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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미사일에 피격된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2026.3.11 EPA 연합뉴스(태국왕립해군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하려면 미군이 사실상 전면전에 준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함 몇 척 앞세워 상선을 호위하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고, 결국 이란 남부 해안을 직접 틀어쥐는 상륙작전까지 가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해선 통제권 확보·유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상군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력 투입과 수개월짜리 소모전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호위, 이란 연안 장악 등 여러 군사 옵션을 검토하고 있지만 어느 쪽이든 위험과 비용이 막대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최근 유조선 등 상선이 해협을 통과할 때 미 해군이 호위에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에 군함 파견까지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군사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약 34㎞에 불과하다. 병목처럼 좁은 바닷길에 함정을 밀어 넣는 순간, 미 해군은 이란의 기뢰, 드론, 미사일, 소형 고속정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다.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미 해군이 동맹국 해군과 함께 호송대를 꾸려 유조선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전은 이름만 호위일 뿐, 사실상 다층 방공·대기뢰·대드론·대수상정 작전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고난도 전장이다. 이란의 이른바 ‘모기 함대’식 비대칭 전술은 이런 좁은 해역에서 특히 위협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전력이 상당 부분 훼손됐더라도, 호르무즈를 흔들 만한 능력까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군 장교 출신인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대를 추적·타격하려면 최소 10여 대의 MQ-9 리퍼 드론이 미군 해상 전력 주변을 상시 순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해협 봉쇄 해제”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뒤에, 상시 감시와 선제 타격, 고강도 경계 태세가 따라붙는다는 얘기다.

그렇게 막대한 전력을 들이부어도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호송대가 한 번에 보호할 수 있는 유조선 수는 많지 않다.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600여척의 상선 정체만 풀어내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설령 미군이 공습과 해상 전력으로 호르무즈 일대의 통제권을 일시적으로 확보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이란이 기습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군함이나 상선을 계속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 위 통제만으로는 해협을 안정화할 수 없고, 결국 위협의 ‘발원지’ 자체를 눌러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란 내륙 미사일·드론도 무시 못해
WSJ “어느 방식이든 위험·비용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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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의 석유수출 기지 하르그섬을 “재미 삼아 몇 번 더 공격할 수 있다”며 추가 공격을 시사했다. 사진 왼쪽부터 하늘에서 본 하르그섬, 이란 공습 현장, 트럼프 대통령. 2026.3.14 엑스 자료


그래서 더 강경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미군이 이란 남부 연안을 직접 장악해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WSJ에 따르면 이 경우 수천명 규모의 지상군 병력과 수개월간 이어질 작전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작전은 이란 해안선에 대한 대규모 공습 뒤 미군이 상륙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악 지형이 많은 남부 해안에 해병대가 투입돼 상륙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이란 영토 안에 일정 규모의 ‘완충지대’까지 구축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쯤 되면 더 이상 ‘해협 호위’가 아닌 이란 영토를 실제로 점거·통제하는 침공에 가까운 군사행동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연안을 장악한다고 해서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란은 내륙에서도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해안을 밀어도 내륙이 남고, 항구를 눌러도 발사대가 남는다.

여기에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약 19만명과 비대칭 전술에 특화된 쿠드스군까지 버티고 있다. 이들은 중동 전역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지원해 왔고,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미군을 상대로 한 공격 지원 경험도 축적했다. 미군이 해안을 밟는 순간, 작전은 단순한 봉쇄 해제가 아니라 게릴라전과 소모전의 문을 여는 일이 될 수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정상화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몇 마디와 의지, 군함 몇 척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해협을 열려면 이란의 공격 능력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해상전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미국이 감당해야 할 것은 ‘보호 작전’이 아니라 지상군 투입과 장기 주둔, 그리고 확전 위험까지 떠안는 사실상의 전면전 비용이다.

전문가들이 하루 100척 이상 오가던 정상 통항량 회복의 조건으로 단순 군사력 과시가 아니라 이란과의 교전 종식, 그리고 이란 정부의 선박 공격 중단 보장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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