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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2000만번째 채굴이 의미하는 것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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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지난 9일 비트코인(BTC) 네트워크에서 2000만번째 코인이 채굴됐다. 총 발행 한도 2100만 개 중 95.24%가 유통된 시점이다. 남은 100만개는 앞으로 약 114년에 걸쳐 채굴될 예정이다. 2000만개 채굴에 17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의 신규 공급은 사실상 마감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이정표를 단순한 기술적 이벤트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공급 구조의 변화가 기관투자자 수요의 확대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거래되고, 보유되고, 규제되는지에 대한 전통 금융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달 기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총 운용자산은 약 88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가 약 540억달러로 과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피델리티(Fidelity)의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가 약 120억달러로 2위에 올랐다. 이들 현물 ETF는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6%를 보유 중이다.

기관이 보유한 규모도 상당하다. 미국 재무부는 전략 비트코인 준비금(Strategic Bitcoin Reserve)을 통해 32만8372BTC를 공식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보유 업체인 스트래티지(Strategy·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71만4000BTC 이상을 재무 자산으로 운용 중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와 리버 파이낸셜(River Financial)은 개인 키 분실 등으로 영구 소실된 비트코인을 230만~370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ETF 보유분에다 전략 준비금, 기업 재무 보유분, 소실 추정분을 합산하면 전체 유통량의 상당 부분이 실질적 유통에서 이탈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규 공급은 2024년 4월 반감기 후 하루 450BTC 수준으로 줄었으며, 이 속도는 2028년 다음 반감기에 재차 절반으로 약화한다.

비트코인의 전통 금융 편입은 투자상품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투자은행(IB)인 웰스파고(Wells Fargo)는 기관 및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ETF 지분을 미국 달러 신용 한도의 적격 담보 자산으로 허용하는 상품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채나 우량 채권과 동일한 방식으로 비트코인 ETF를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일부 퇴직연금 계정에서 고용주 선택에 따라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상품(디지털 애셋 어카운트·Digital Assets Account)을 운용 중이며, 2025년 4월에는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을 직접 보유할 수 있는 크립토(Crypto) 개인퇴직연금(IRA)을 출시했다. 작년 9월23일 제로해시(Zerohash)와의 파트너십을 맺은 IB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이트레이드’(E*Trade) 플랫폼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솔라나 직접 거래 서비스를 상반기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디지털 자산정책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근본적으로 전환됐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체제인 2021년~2025년 100건 이상의 크립토 관련 집행 조치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폴 앳킨스(Paul Atkins) 현 의장은 작년 4월21일 취임 직후 디지털 자산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선언했다. 이에 SEC는 기존 집행 조치 다수를 철회했고, 올해 ‘우선 감시 위험’(Examination Priorities·이그재미네이션 프라이오리티스) 목록에서 암호자산을 삭제했다.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양해각서(MOU)를 맺고 수십년간의 관할권 갈등을 공식 종료했다. 앳킨스 의장은 서명 당일 “규제기관 간 수십년간의 영역 다툼과 이중 등록 요건이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참여자들을 타 관할권으로 밀어냈다”고 반성했다. 이번 MOU의 주요 내용은 공동 감독, 단일화된 기업 접촉 창구 운영, 정보 공유, 이중 등록의 간소화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맞춤형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이 협약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명시됐다.

입법 측면에서는 지난해 7월18일 지니어스 법(GENIUS·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이 제명됐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미국 최초의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로, 100% 준비금 보유 및 월별 공시,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준수 등을 의무화했다. 규제 당국은 7월18일까지 세부 이행 규칙을 공시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의 SEC·CFTC 관할 분리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CLARITY) 법안은 현재 미 상원 처리를 앞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암호자산 시장규제(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가 1월1일 전면 시행됐다. 영국과 일본, 홍콩, 한국도 각국의 스테이블코인 및 가상자산서비스제공업체(VASP) 규제 체계를 앞당겨 정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홍콩, 호주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정식 상장됐고,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ETF 편입이 가속화됐다. 비트코인이 블랙록, 피델리티, IB 골드만삭스가 운용하는 기관 포트폴리오의 정규 구성 요소로 편입되는 속도와 한국 자본시장이 이 자산 클래스에 대한 제도적 입장을 결정하는 속도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내장된 발행 한도는 어떤 중앙은행도, 어떤 정부도 변경할 수 없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2009년 프로토콜에 코딩한 2100만개라는 수치는, 통화정책 결정권을 가진 기관 없이도 공급 예측 가능성이 유지되는 화폐 구조의 실험이었다. 이달 기준 그 실험의 95. 24%가 이행됐다.

신규 공급의 감소, ETF를 통한 기관 자금의 지속 유입, SEC·CFTC의 공동 감독체계 구축, 지니어스 법 시행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들 변화가 비트코인의 가격 경로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전통금융 시스템에서 제도적으로 취급되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수치로 점차 확인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거래소 상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IBIT 등 해외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현물 비트코인 ETF 상장 불허 방침을 재확인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 공식 입장에 변화는 없다.

전 세계 크립토 관련 기관이 한국을 차기 주요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금 우리 금융당국이 이 변화에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대응할지는 단순한 정책을 넘어 글로벌 기관 자금의 이동 경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피어스베일 선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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