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렉서스 한국 공략 속도…혼다는 '심드렁'
가격 경쟁력 입증한 BYD…지커·샤오펑은 '글쎄'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미국, 일본,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무시 못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예외인 모습이다. 미국과 일본 완성차 기업은 일찌감치 진출했음에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중국차의 국내 위상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만 이들에게도 한국 시장은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시장이다. 자국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점유율이 워낙 압도적인 만큼 어느정도 판매고를 확보한다면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고 완성차 핵심으로 자리잡은 전동화 인프라도 관련 기술을 뽐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여서다. 이 때문에 올해도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물 뺀 테슬라와 아직 못 뺀 포드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수입차 기업 중 미국 완성차 기업은 테슬라와 포드다. 지프 등은 다국적기업인 스텔란티스 산하로 편입됐고 GM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거점을 두고 있어 수입차보다는 국내 완성차로 분류된다.
테슬라와 포드의 실적은 엇갈린다. 테슬라는 지난해 5만9916대가 판매되며 수입차 브랜드 중 세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에는 최근 가격경쟁력을 갖춰 출시한 테슬라 모델 3를 바탕으로 치열한 상위권 경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포드의 경우 링컨 브랜드를 포함해 4031대를 팔아 테슬라의 10분의 1에도 못미쳤다.
테슬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가격과 브랜드 경쟁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 아래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국내 전기차 시장만 따져봤을때는 국내 완성차 기업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란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테슬라가 그간 추구해온 프리미엄, 친환경, 기술력 등에 더해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고 이것이 한국 소비자들이 소구점과 교집합을 이룬 것이 성공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반면 포드는 소위 '미국 감성'이 우리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드의 차량은 미국 문화에 맞춰 대형 SUV나 픽업트럭이 핵심 모델이다. 큰 크기를 바탕으로 실용성을 강조한 게 정체성인데 우리나라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뒤바뀐다는 평가다.
이에 포드는 확실한 브랜드 재정립을 통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에서는 실용성을 갖춘 가성비 차량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미엄' 차량으로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거다. 올해 포드가 국내 출시 예정인 모델들 역시 링컨 노틸러스 하이브리드, 포드 익스플로러 트래머, 신형 포드 익스페디션, 신형 링컨 네비게이터 등으로 '크고 비싼 미국차'라는 이미지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한국GM 역시 비슷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어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 분류되는 GM의 경우도 국내에서 GMC브랜드 모델 3종(아카디아, 캐니언, 허머EV)을 출시하기로 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동시에 국내산이 아닌 수입차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되는데, 대형 SUV와 픽업트럭 위주에 '아메리칸 프리미엄' 이미지를 덧씌워 한국 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방향 엇갈린 토요타와 혼다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복잡미묘한 한일관계와 현대자동차 및 기아의 존재감 속에서 부침을 겪었다. 토요타는 2005년과 2006년 렉서스 브랜드가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고 혼다의 일부 모델은 2008년에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을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줄곧 성적이 하락세를 그린다. 전통의 강자 독일 기업들의 공세에 이어지는 데다가 '노노재팬' 운동 등 반일감정이 확대되면서 점차 점유율을 내줘야 했다.
최근 토요타와 혼다의 국내 시장을 대하는 전략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토요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토요타'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투트랙 전략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토요타의 경우 올해 알파드 하이브리드, 2026년형 프리우스 AWD, 6세대 신형 RAV4 등 을 출시한다. 연비 효율을 대폭 끌어올려 운행 효율성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세단 시장과 프리미엄 EV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강남 소나타'의 명성을 되찾아오겠다는 포부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의 경우 운행 및 연료 효율성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증받은 상황"이라며 "대일 이미지가 최근에는 노노재팬 시절보다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올해에는 판매량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면 혼다는 국내 시장에 심드렁하다. 혼다의 글로벌 상징인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펼치기 어렵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에 더해 핵심 시장이었던 북미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시장에 공을 들일 여유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혼다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실적을 떠받치는 등 완성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라며 "국내 판매고가 의미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목을 맬 여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혼다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951대에 그쳤다.
'중국'을 넘어야 하는 중국완성차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차량을 판매한 기업 중 하나는 중국의 BYD다. BYD는 지난해 460만대가량의 판매고로 6번째로 많은 차량을 판매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고 지리자동차는 412만대를 판매하면서 9위로 기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차들의 질주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차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데에는 높은 가격 경쟁력과 이에 어울리지 않는 고성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는 게 완성차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가성비' 전략이 통했고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먹혔다는 거다.
우리나라 역시 '가성비' 타이틀이 소비자들이 소구하는 핵심 요인이긴 하지만 중국 완성차 기업에 대해서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반중감정과 함께 '중국산' 제품 기술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박혀 있어서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완성차의 경우는 이같은 인식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가 돼서야 BYD가 우리나라에 초가성비 전기차를 내세워 진출했을 정도다.
다만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으로 이를 이겨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BYD의 신규 등록 차량수는 2304대다. BYD보다 좋은 실적을 낸 수입차 기업은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볼보 정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BYD의 경우 차량 가격 경쟁력이 워낙 좋다보니 이러한 강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중국 기술에 대한 경계감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어 가격 경쟁력은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BYD에 이어 조만간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지커와 샤오펑의 경우는 다른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지커와 샤오펑이 추구하는 정체성은 '프리미엄'과 '하이엔드'다. 이미 국내에서 자리잡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정책을 펼칠더라도 과도하게 낮은 수준까지는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국내 출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커의 7X롱레인지RWD 모델 가격은 6000만원 후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성, 신뢰, 서비스망 등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 동반되지 않으면 BYD와 같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BYD가 가격으로 중국에 대한 부담감을 지운 반면 지커와 샤오펑은 이같은 무기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커와 샤오펑은 결국 중국에 대한 불신을 지워야 국내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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